'OEM 펀드' 판매한 농협銀 과징금은…3일 증선위 관심
'OEM 펀드' 판매한 농협銀 과징금은…3일 증선위 관심
  • 정지서 기자
  • 승인 2020.06.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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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쪼개기 첫 제재두고 금융당국 간 미묘한 온도 차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NH농협은행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판매에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지 은행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펀드 쪼개기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됐지만, 공시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과징금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오는 3일 농협은행의 OEM 방식의 펀드 주문 및 판매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한다.

증선위가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종합검사과정에서 농협은행의 OEM 펀드 판매를 적발했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의 지시를 바탕으로 설정해 운용하는 펀드다.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가 제삼자의 지시에 의해 펀드를 운용해선 안 되지만, 최근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며 자금력과 영업력이 약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OEM 펀드를 설정하는 곳이 늘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펀드 설정을 주문했다. 해당 펀드는 투자자 49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개의 사모펀드로 쪼개져 판매됐다. 이른바 '시리즈 펀드'다.

현행법상 OEM 펀드는 운용사만 처벌이 가능하다. 관련 자산운용사들은 지난해 11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감원은 제재 사각지대에 있는 농협은행을 증권발행(공모펀드) 주선인으로 보고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협은행이 판 사모펀드는 사실상의 공모펀드인 만큼 공시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이는 하나의 증권을 둘 이상으로 쪼개서 발행하면 동일한 증권으로 판단, 사모펀드라도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증선위로 이관된 농협은행 제재안은 쉽게 결론이 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첫 증선위는 농협은행이 주선인으로서 공시 의무가 있는지를 놓고 논의가 길어졌다. 증선위가 자본조사심의위원회와 법령해석위원회 등 자문기구를 사전에 가동했음에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법령해석위원회에서는 과징금 부과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증선위가 참고하고자 했던 행정소송에서 주선인의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법원이 손을 들어주며 농협은행 과징금 부과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앞서 증선위는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유상증자 과정에서 모집인 A가 보통주를 모집하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불복한 모집인이 행정소송에 돌입했지만, 법원은 증선위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하지만 바이오인프라생명과학 사례와 농협은행의 공시의무 위반은 성격에 다소 차이가 있다. 보통주가 지분증권 개념이라면 은행의 펀드판매는 수익증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증권 발행인과 수수료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농협은행은 지난달 20일 예정된 증선위를 이틀 앞두고 심의 연기를 요청했다. 증선위는 오는 3일 예정된 세 번째 논의에서 농협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사실상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권이 이번 증선위 결과를 주목하는 것은 OEM 펀드와 시리즈 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첫 제재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DLF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6개월 내 50인 이상에 판매된 펀드를 포함한 복수 증권의 경우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하거나 유사할 때 원칙적으로 이를 공모로 판단하기로 제도를 개선했다. 여러 운용사가 설정한 펀드를 특정 판매사가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러한 OEM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 근거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이번 농협은행 제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 금감원이 부과한 100억원의 과징금은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려운 사안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증선위의 고민도 깊다. 참고된 행정소송의 결과가 아직 1심인 데다, 최근 DLF 등 금융당국의 무리한 제재를 둘러싼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판단근거가 된 미래에셋방지법 시행시기가 농협은행의 펀드판매 이후란 점도 법 해석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항소심이 진행 중인 유사 소송을 참고하기엔 금융시장을 관할하는 증선위의 부담이 크다"며 "제재 근거가 된 자본시장법의 시행 시점상 농협은행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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