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갑질'에 칼 들이댄 공정위…배달의민족 인수 발목 잡히나
요기요 '갑질'에 칼 들이댄 공정위…배달의민족 인수 발목 잡히나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0.06.02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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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감시·규제마련 집중…공정위 기류 달라져

사회적 분위기 무시 못해…기업결합 심사 결과 해 넘길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경영 갑질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이 독과점 체제를 구축해 시장 경쟁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합병에 대한 판단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2일 배달음식점에 자신의 앱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배달음식점이 이를 위반하면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준 요기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천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정액제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고 한도(5억원)와 맞먹는 수준이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인 배달앱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가업업체에 부당하게 경영 간섭했다는 이유로 엄중 제재한 최초의 사례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배달앱이 규모가 영세한 배달음식점을 상대로 가격결정 등 경영활동에 간섭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음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뒀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부과가 우아한형제들과 DH 결합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조홍선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기업결합과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라며 "인수·합병(M&A) 심사는 시장 지배력과 공동행위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고, 이번 건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한 것에 본 것이기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결합 심사의 핵심은 경쟁 제한 여부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순이다.

업계 3위인 배달통도 DH 소유라서 이번 합병이 성공하면 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00%가 된다.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은 모두 금지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원칙으로, 공정위가 시장의 범위를 국내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해 판단한다면 불승인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을 배달앱에 한정하지 않고 쿠팡, 직방 같은 온라인·오프라인 연결 서비스(O2O)까지 범위를 넓혀서 판단하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이보다 낮아져 승인 확률이 높다.

시장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12월 기업결합 심사를 공정위에 요청할 당시와 공정위 안팎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말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건에 대해 "(두 회사 합병이)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면서도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기업결합 승인도 긍정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사이 배달의민족의 새 배달 수수료 체계 개편이 독과점 논란으로 번졌고,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에 이를 반영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이 독과점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인상 문제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거대 기업이 합병해 시장을 독식할 경우 독과점 폐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소비자시민모임은 최근 기업 결합을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배달앱 합병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우려를 줄일 새로운 기준 마련에 나선 상태다.

IB 업계 관계자는 "균형감 있는 접근을 강조했던 공정위가 배달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대한 감시와 규제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확실히 기류가 달라졌다"면서 "사회적 분위기와 기업결합 승인 후 후폭풍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예상보다 늦은 진행에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심사를 위한 새로운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결과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의 정확한 점유율과 성장 규모 등이 나오고 다른 사례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마무리된 후 기업결합 심사가 나올 수 있다"면서 "올해 안에 이뤄지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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