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독립적인 인력풀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의원 회관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남근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소극적이라며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면 의결권 행사기준을 명확히 하는 한편 독립적인 공익 이사 인력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 기업명 공개, 공개서한 발송, 타주주의 주주제안 및 기업에서 상정하는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와 연계,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를 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서한을 발송한 회사는 대한항공 정도이고 배당 관련 중점 관리 기업 공개도 2018년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이외에는 없는 등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현대엘리베이터 현정은 이사의 연임 안건과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의 연인안건 등 몇몇 안건에 대해서만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자문을 구했다"며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의결권 행사 결정을 수탁자책임 전문위에 넘겨 기권 처리를 유도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내부기관에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는 사안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자문을 맡기는 사안의 위임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토론회에선 국민연금이 독립적인 공익이사 인력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발제문에 따르면 2019년 대한항공 주주총회 당시 사외이사 추천 등의 주주 제안을 할 것인지를 두고 기금운용위원회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가 사외이사 인력풀의 준비 등이 되지 않아 추천이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사외이사 추천 인력풀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이 있는지, 그 계획에 따라 인력을 확보하고 사외이사를 추천할 중점대상기업을 선정할 준비를 하는지 등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의 경성 입법뿐만이 아니라 스튜어드십 코드, 금융감독규정, 상장규칙 등 연성법률을 통해서도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아직 연성법률의 개정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용진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상법 개정안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던 만큼 이 같은 의견은 개정안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의원은 "현행 제도는 부적격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제재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며 "이사의 부적격 사유를 명시하고 부적격자가 이사에 선임됐을 경우 이를 주주가 해임 건의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법으로 도입되면 총수와 기업인의 경우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뒤 재판 중이거나 형 확정 후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면 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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