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의 '흑인사망 시위'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미국과 한국의 채권 시장에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장참가자들은 현재로서는 시위 사태가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이 없지만, 시위가 장기화하는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응을 끌어내 국내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2일 금융시장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7일째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 폭력 시위를 진압하겠다고 위협했고, 백악관도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지휘본부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위 격화에도 아직 국내에서는 영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채권시장에 큰 영향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군대를 동원한다면 그 때는 금융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미한 단기 영향에도 채권시장에서는 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시위로 인해 미국의 민간 소비와 정부의 세수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연준이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을 방지할 목적으로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꺼내 들 수 있다. YCC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사용한다면 마이너스(-) 기준금리의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사의 딜러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격화하면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YCC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연준이 YCC로 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연준이 YCC나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는 상황까지 간다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미국에서 시위가 장기화할 개연성은 상당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는 빈부격차, 인구 대비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희생 등 모든 요인이 쌓였다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시위가 잦아지면서 코로나19의 전파도 확산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운용팀장은 "코로나19로 나타난 1차 록다운(lock down)과 현재 상황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이번에는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이 하락 방향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의 준거 자산은 세금을 징세할 수 있는 국가의 권력"이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미국의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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