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국내 3·5위 케이블TV 딜라이브와 현대HCN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2차 재편'이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알짜 매물로 꼽히는 현대HCN 인수전에는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뛰어들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에, 딜라이브의 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딜라이브는 현대HCN의 흥행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매각 작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진행된 현대HCN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모두 참여했다.

이통 3사는 예비실사를 진행하면서 현대HCN의 경영 및 사업 현황 등을 찬찬히 뜯어본 뒤 한두달 이후 진행될 본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할 예정이다.

이통 3사가 일단 현대HCN 인수전에 모두 참여하면서 흥행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물론 이통 3사가 본입찰까지 참여해 현대HCN 인수전을 완주할 지 여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현재로선 동시에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딜라이브보다는 현대HCN에 이통 3사가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현대HCN이 딜라이브보다 덩치는 작지만, 방송권역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지역에 몰려 있는 등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 매력도가 높다"고 전했다.

현대HCN은 서울 관악·서초·동작구와 대구·경북 등 ARPU가 높은 핵심 지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천698억원의 매출과 40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영업이익률은 14%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10% 미만이고, 현금성자산은 3천3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다.

LG헬로비전과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케이블TV 시장 내 5위 사업자(점유율 4.07%)이지만 알짜 가입자 131만명을 보유하고 있어 유료방송 시장 내 순위 경쟁에 민감한 이통 3사 입장에서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딜라이브 매각 작업은 더디다.

특히 외형이 큰 대신 재무구조는 여전히 불안정해 매각의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딜라이브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01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선방송시장의 침체로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쪼그라드는 등 실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권 손상차손 등을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 6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4천억원을 넘겼던 자본총액도 3천300억원대로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현대HCN의 매각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한때 딜라이브의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T마저도 현대HCN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현모 KT 사장이 올해 초 취임하면서 '내실 경영'을 강조했던 만큼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현대HCN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현대HCN 인수전 참여를 위해 삼정KPMG와 법무법인 율촌을 각각 재무자문과 법률자문으로 선정했다.

그런가 하면 SK텔레콤 역시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 매각을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 전 먼저 개별협상을 추진하는 등 진성 인수 의지가 있는 후보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티브로드를 합병한 데 이어 추가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통 3사가 현대HCN에 집중하면서 딜라이브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매각을 주도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딜라이브 채권단은 기존 1조원 이상 수준으로 바라봤던 기업 가치를 최근 들어 9천억원 상당으로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지난달 매각 주관사를 기존 삼일PwC에서 BoA메릴린치로 교체하고 매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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