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기획재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은행의 국고채 물량 흡수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시행 등에 다시 한번 채권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적극적 시장 안정화 의지는 여전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국고채 단순매입 규모를 사전에 공개하거나 매입 정례화 일정을 발표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에 따른 국고채 공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의 국고채 물량 흡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한은이 국고채를 흡수해 주는 그런 역할을, 상당 부분 그런 물량들을 소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저희로서는 그런 측면에서 국고채 시장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3차 추경의 규모는 35조3천억 원으로 이 가운데 국채 발행물량은 23조8천억 원이다.

3차 추경으로 올해 국고채 순증 물량은 108조5천억 원이 됐고, 이 가운데 적자국채는 97조6천억 원이다.

작년 국고채 순증 물량 44조5천억 원, 적자국채 34조3천억 원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규모다.

3차 추경의 구체적인 수치와 홍남기 부총리의 압박에도 한은은 단순매입과 관련해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고, 시장 불안이 발생할 때 시장 안정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은의 입장은 시종일관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매입 수준 등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한은이 재량적으로 할 것"이라며 "패를 먼저 보여주면 그 상황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1조~2조 원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에도 4조~5조 원이 필요해진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비용이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한은의 입장이 홍 부총리의 발언 등과 다소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의 국채 매입이 정례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사전에 매입 규모와 목표 금리 수준 등을 알림으로써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유사한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은이 거듭해 일관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참가자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기재부는 낮은 금리에 국고채를 발행하면 좋겠지만 한은은 향후 시장 영향력을 행사할 것에 대비해 카드를 아끼려 할 것"이라며 "한은 입장에서 시장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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