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장주' 삼성전자의 파워다. 지난 3일 코스피는 2.87% 급등한 2,147.03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300조원대의 거대 기업 삼성전자가 6% 넘게 오른 덕분이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도 대장주를 따라 6%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공포가 본격화됐던 지난 3월 수준을 넘어선 것은 물론 연 고점인 2,200선을 바라보게 됐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달에 이미 연고점을 뛰어넘었다. '돈의 힘' 만으로 설명하기엔 놀라운 수준의 주가 급등세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에 유동성이 대거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외국인 자금이 우리 증시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는 상황도 아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천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을 뿐이다. 지난 2월 이후로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20조원 넘게 팔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달 넘게 이어진 주가 상승을 오롯이 글로벌 유동성 덕분이라고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달 들어 본격화한 코스피 2차 랠리의 동력에는 삼성전자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랠리의 시작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대규모 투자 발표 시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1일 1.75% 급등한 데 이어 2일에 1.07%, 3일에는 2.87%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에 약 8조원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지난 달 21일 파운드리 라인 투자를 발표한 지 열흘 만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속에서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 대규모 투자다. 글로벌 제조기업 중에서도 이처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는 기업은 흔치 않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의 이런 자신감이 경제 주체들에 경기 회복의 불씨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과 코스피의 2차 랠리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기 전망은 여전히 암흑 속에 있지만, 국내 내수 관련 지표에선 일부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국내 신용카드 승인액은 이달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소비 심리도 일단 지표상으로는 5월에 다소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체감 경기는 지난 달에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소폭 반등했다.

아직 제조업 지표는 불확실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에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앞당겨질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한 투자를 해온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깔려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는 있지만, 중장기 전망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올해 둔화가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20%를 웃도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축이자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산업이다. 반도체 업황의 반등 없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 견인차 역할을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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