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렇게 강해도 되나'라는 걱정에도 월스트리트(금융시장)는 거칠 것 없이 오르고 있다.

S&P 500은 3,000선을 돌파한 뒤 더 올라 3월 초 수준을 회복했다.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이제는 2월 19일 기록한 3,393.52라는 사상 최고치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팬데믹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인식에 먼저 올랐던 나스닥지수에 이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항공, 제조, 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이들과 키를 맞추고 있다.

경기 회복과 민감한 스몰캡 러셀 2,000지수 역시 최근에는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V자형 대열에 합류했다.

뉴욕증시가 보여준 차트만 보면 코로나19 위기는 완전히 지나갔다.

그동안 월스트리트는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와 비교해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에 휩싸였지만, 최근 나온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주가 랠리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5월 말에 공개된 4월 소비, 투자, 주택경기 등 실물경제 지표는 시장 예상대로 급락했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등 개인소득은 늘었지만, 소비는 대폭 줄었다.

이 영향으로 개인 저축률은 1959년 통계가 생긴 이후 최고치인 33%로 급증했다. 역대 미국의 저축률은 10% 안팎에 머물렀고, 최근 5년 동안은 거의 6~7%대를 기록했다.

기업의 투자 역시 쪼그라들었고, 주택매매도 극심한 부진을 나타냈다.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본 탓에 항공 운임, 호텔숙박료, 의류 등 물가를 구성하는 품목이 큰 폭 하락한 데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락도 더해져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만큼 큰 폭 떨어졌다. 일시적인 만큼 디플레이션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수치 자체로만 보면 물가가 향후 성장에 적신호를 보냈다고 보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가 극심했던 4월 충격적인 지표보다 월스트리트가 바라보던 것은 5월 지표였다. 경제 재개 움직임이 있던 5월에 과연 회복의 신호를 보낼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봤다.

5월 중 소비자신뢰지수는 이전 2개월간의 급락에서 소폭 상승했다. 지역 연준이 발표한 기업 심리지수도 급락 후 일부 반등했다. 일단 소비자 심리에서 방향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수다. 지난달 23일 주간 신규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사람이 8주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3월 28일 주간에 687만 명까지 폭증했다가 5월 말께는 212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살던 이전 세상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정점 때와 비교하면 31% 수준으로 내려왔다.

신규로 신청한 사람보다 연속해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사실 추세를 더 잘 반영한다. 2주 이상 실업급여를 청구한 사람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경제 봉쇄가 완화하면서 재고용이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실업보험에 가입한 사람 가운데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 비율은 17.1%의 고점에서 14.5%로 꺾였다.

여러 지표를 종합해 볼 때 3~4월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던 경기 악화 추세가 5월 들어서는 대체로 진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표에서 찾던 희망은 연준 위원들의 발언 속에서 점차 자신감으로 변해갔다. 연준 위원들 대부분은 코로나19 경제에 대해 극도로 우려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점과 바닥이 형성됐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경제 상황이 최악이던 달은 4월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역시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 위기가 5월이나 6월 중 저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는 고용시장 저점을 이미 통과했다고 판단했고 5월 실업률은 17% 수준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즈는 실업률이 5월에 고점에 도달한 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의 실업률을 내다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월 말, 3월 초보다는 잠을 잘 잔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가 나아졌다고 암시했다. 다만 코로나19 재발 가능성에 주목했고, 경제 활동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야 온전한 경제 회복이 가능하다는 신중론도 더했다.

이제 시장의 컨센서스는 2분기 GDP 30% 이상 역성장, 3분기 큰 폭의 플러스 반등이다. 6월에 나올 5월 소비, 투자, 생산 등이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을지 정도가 관심이다.

미국 경제가 한숨을 돌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미국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정도가 실직의 고통을 겪었고, 그 여파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들을 견딜 수 있게 했던 것은 정규 보조금 외 주간 600달러의 보너스 지원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7월 31일에 끝나고, 의회는 다음 경기부양책에 이 혜택을 연장할 것 같지 않다. 부양책이 없으면 미국 가계의 주간 소득은 61%나 줄어들게 된다.

미국 실직자 상당수가 기대하는 대로 7월이나 8월에 복직할 수 있다 해도 연말 실업률은 10% 정도로, 반세기 만의 최저라는 이전의 3.5%로 돌아갈 수 없다. 유동성을 쏟아부은 미국 경제에 큰 시험대가 다가온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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