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반인종차별 시위로 미국 실물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금융·시장)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면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S&P500 지수는 약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나스닥 지수는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지난 2월 중순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RSM 인터내셔널의 조 브루수엘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와 실물경제의 단절이 이처럼 심했던 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고장났다(The market is broken). 시장은 더는 실물 경제에 부합하는 (경제) 전망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언젠가 대중들은 시장이 조작됐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주가 급등으로 주식시장이 하락에 취약해졌다고 우려했다.

CNN비즈니스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유례없는 경기부양 조치와 증시 상승세를 놓치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의 군중심리가 증시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으며, 정크본드도 사들이겠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꺼낼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마켓 전략가는 "주식에 상당한 파월 풋(안전판)이 있다"고 말했다. CNN은 연준의 정책이 시장과 경제의 디커플링을 허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경제지표가 바닥 신호를 보내면서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자 이에 따른 증시 강세 흐름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도 엿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에도 실물 경제는 난장판이었지만 증시는 2009년 3월 바닥을 치고 상승했으며,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이 이어졌다.

쉴러 교수는 지난 강세장에 참여하지 못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FOMO, 즉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은 지난번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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