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재무 악화에 시달리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4조5천억엔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매각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 트레이딩으로 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 블록딜을 성사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골드만이 IT 활용과 국제 영업망을 무기로 세계투자자를 상대로 대량 거래를 실현했다며, 자국 증권사는 아직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3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증권의 자본시장 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토 마리는 지난달 21일 도내 자택에서 컴퓨터를 켰다. 그는 트레이더 사양의 패널을 바라보면서 화상 회의 시스템인 '줌'에 로그인했다.

이토는 골드만직원 전용 계정으로 보안 강도가 높은 시스템을 이용해 팀의 수십명에 지시를 내려 소프트뱅크 주식 매각을 시작했다.

소프트뱅크그룹 간부, 투자은행, 투자자 등 모든 참가자들이 준비 단계부터 '재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신문은 일본 사상 최대의 거래를 원격으로 지휘하는 것은 골드만에도 첫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사내 채팅 시스템과 전화 등 통신수단을 전면 활용해 약 60명의 영업부대와 협력 체제도 구축했다.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줌을 이용해 정보 계속 업데이트했다.

소프트뱅크 주식 매각은 블록딜로 이뤄졌다. 블록딜은 금융기관이 주식을 일단 인수한 후 이를 장외시장에서 기관 투자자 등에 직접적으로 재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이 매각하기 전에 시장 환경이 바뀌거나, 남은 물량을 떠안거나 하면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대량의 주식을 단시간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가 요구된다.

이번 거래는 도쿄증권거래소 거래 마감 이후부터 다음날 거래 개시 전까지 해외시장에서 단번에 이뤄졌다. 골드만이 최대 주식수를 맡았으며, 크레디트스위스증권도 참여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매각한 소프트뱅크 주식은 약 3천100억엔 규모다. 2005년 미쓰비시자동차(약 1천400억엔)를 크게 넘는 규모로, 블록딜로는 일본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시간 21일 오후 4시를 넘은 시간, 소프트뱅크 주식 매수를 타진하는 메시지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일제히 발사됐다. 미국 시장이 새벽을 맞이하는 밤까지 타진을 계속해 오후 11시에 주문을 마감했다. 주식 매각 규모는 3천100억엔이었으나 수요는 1조엔을 넘었다. 이토는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골드만이 21일 종가(1천375엔)에서 4% 할인된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계 펀드 SWF, 미국 연기금 및 대형운용사 등 약 150곳의 수요가 몰렸다.

이와 같은 거래는 세계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인수 증권사는 글로벌 영업 인력이 필수적이다. 골드만은 평소부터 강력한 국제 영업망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문은 이에 비해 자국 증권사는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와의 격차는 국제 영업망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드러난다.

일본 대형 증권사는 개인투자자 판매망을 강점으로 여겨왔지만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라는 최대의 무기를 쓸 수 없게 됐다.

최근 인터넷 증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투자자 측도 대량 주문을 자택에서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간부는 "디지털 활용을 포함해,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격차를 실감하는 안건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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