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부채 포함 총 차입금 3개월새 1조 증가…역대 최대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부동산 등 자산 매각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는 호텔롯데의 차입 부담이 대폭 확대되면서 신용위험이 커지고,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회계기준 변경 등에 따라 총차입금 규모가 확대된 측면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호텔과 면세 등 본원적 사업에서 극심한 영업 부진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재무구조도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 지배구조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되는 기업공개(IPO)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차입부담마저 대폭 늘어나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8조8천78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7조9천억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석달 사이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7조3천억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됐다.

호텔롯데 차입금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호텔롯데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총차입금이 1조원 수준이었지만 2015년 이후 롯데렌탈·글로벌로지스·캐피탈 지분 인수, 뉴욕 팰리스 호텔 매입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급격히 불어났다.

차입금이 대폭 늘면서 부채비율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2017년 말 92.1%였던 부채비율은 2018년 말 106.5%로 오르면서 100%를 넘겼고, 작년 말에는 130.9%로 뛰더니 올 1분기에는 150%를 넘어섰다.

차입금은 지난해 2조원 이상 급증했는데,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6) 도입으로 운용리스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서 1조6천억원가량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7조2천800억원 수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차입금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영업부진이 이어졌고,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외부 조달을 늘린 영향이 크다.

전통적으로 1분기는 업계 비수기인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고 각국의 한국발 입국 금지·제한 조치로 국제선 여객 수가 90% 이상 줄어들면서 호텔과 면세 사업 부문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올 1분기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천837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고정비 등 운영자금으로 지출한 것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그 결과 호텔롯데는 올 1분기 791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이 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했고, 호텔사업부는 63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274억원에서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투자 및 운영비용 등을 차입금을 끌어와 쓸 수밖에 없어지면서 차입금 의존도는 2017년 29%에서 2018년 32.9%, 지난해 말 40.1%까지 확돼됐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원활치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가 예정된 점도 부담이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호텔롯데의 단기차입금은 1조725억원에 달한다.

이미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고, 한국기업평가도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 관계자는 "롯데렌탈 투자자들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정산 시기가 도래했고, 영업 현금창출력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지연될 것으로 보여 차입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며 "부동산과 관계 회사에 대한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한 재무 융통성은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악화가 롯데렌탈 등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을 떠받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호텔롯데의 지원 가능성이고, 롯데건설이 위기에 처할 경우에도 호텔롯데가 지원군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면서 "호텔롯데가 영향을 미치는 일부 계열사도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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