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사선으로 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2년 7개월 금감원에 몸 담아온 기간을 이렇게 평가했다.

원 부원장은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올해로 35년"이라며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는데 2년 7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갈증을 해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원칙에 맞게 하려고 노력했고, 사회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사선으로 가지 않고 직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2년 7개월 간 자본시장과 회계 부문에서 금융감독이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원 부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설립 등의 굵직한 사안을 두고 존재감을 드러낸 인사였다.

특히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당시 분식회계와 관련한 조치 사전통지서를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당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자본시장이 보다 건전하고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지가 중요한 초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아니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다. 이후 분식회계 관련 증거 인멸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원 부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할 수 있는 특사경 도입에도 앞장선 바 있다. 특사경은 원 부원장 직속으로 설치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부원장 퇴임식에서도 금융감독 혁신을 통해 금감원의 신뢰가 제고된 사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처리와 특사경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원 부원장은 임기 내내 윤 원장에게 큰 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 인사 때마다 원 부원장의 유임을 원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윤 원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정명(正名)'에 원승연 부원장이 원칙으로 응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정명이란 이름에 합당한 실질을 갖춘다는 의미다. 윤 원장은 취임 당시 이를 인용하며 "금감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 부원장은 떠나지만, 금융권의 현안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우려부터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 키코(KIKO) 배상 문제, 금융회사와의 행정 소송 등 윤 원장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윤 원장이 임기 반환점을 지나 1년 남짓 임기를 남겼어도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윤 원장이 강조한 '정명'에 신임 부원장들이 어떤 무기를 가지고 어떻게 응찰할지 지켜볼 일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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