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에 재예치하려는 금융기관의 수요가 11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금융·실물 불안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지만,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금융기관에 머무는 자금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7일물 매각에 110조6천800억원이 몰려 사상 최대 응찰액을 기록했다. 이 중 한은은 18조2천억원을 낙찰했다.

코로나 19 이후 한은의 RP 매각에는 낙찰액의 평균 3~5배의 자금이 몰렸다.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원활하게 돌지 않았던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인하하고 다양한 통로로 유동성을 공급한 건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한 금융·실물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융시장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대책에 안정을 찾았다. 전일 코스피는 2,150포인트를 상향 돌파하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시장은 유동성이 실물로 돌지 않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코로나 19로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커지면서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려줄 경우 이전보다 더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또 하나는 한은의 RP 매각금리가 시중에서 은행이 대출해주는 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일 한은 RP 매각금리는 기준금리인 연 0.5%였지만 레포금리는 0.3%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1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는 데 놀란 눈치다.

유동성이 실물로 이동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낮춰서 금융기관의 대출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올해 국고채 순증 발행이 108조원 수준인데, RP 매각에 110조가 넘게 응찰했다는 건 단순하게 생각해보더라도 시중에 자금이 엄청나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더 높아 자금이 돌지 않는다는 증거 중 하나"라며 "한은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려서 금융권 자금이 좀 더 위험을 떠안을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 유독 응찰이 많았던 건 다음 주 지준일과 국고채 만기가 겹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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