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진정한 '바주카포'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PEPP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연계한 부분을 주목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임시 도구가 아닌 위기 대응의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신호를 줬다"고 설명했다.

ECB는 이날 회의에서 PEPP 규모를 6천억유로 증액했다. 시장 예상인 5천억유로 증액보다 많았다. 이에 따라 PEPP 규모는 총 1조3천500억유로로 확대됐고, ECB는 유지 기간도 당초 올해 말에서 최소 내년 6월말까지로 연장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라가르드 총재가 인플레이션을 함께 언급한 부분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PEPP의 기한을 연장한 것은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되길 바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 시점의 상황을 더욱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테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EPP는 마리오 드라기 전 총재 시절 도입한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OMT)이 이루지 못했던 바주카포"라고 분석했다.

PEPP를 통한 국채 매입이 물가 반등의 계기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CB의 유일한 임무는 물가 안정으로, 이는 연간 물가 상승률 2% 정도로 정의된다. ECB는 최근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1%에서 0.3%로 하향했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0.8%와 1.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M&G의 볼프강 바우어 매니저도 "PEPP에 대한 강조는 ECB 관점에서 일리가 있다"며 "경제와 인플레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현재 시점에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이것이 PEPP와 다른 매입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지점"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다른 방안이 없을 때 ECB는 '캐피털 키(capital key)'에서 벗어나 PEPP로 유럽 주변국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피탈 키는 ECB가 자산을 매입할 때 ECB에 자본금을 낸 국가의 출자 비율에 따라 자산을 사주는 방식이다.

이날 유럽 국채시장은 부채가 많은 국가의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ECB의 메시지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PEPP가 정크본드나 투자등급 미만의 채권을 사들일 준비는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럽 내 '위험한' 국채를 사들일 수 있지만, 고금리물을 매입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바우어 매니저는 "유럽의 고금리물 스프레드가 지난 3월 이후 많이 축소된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차익시현을 낼 때가 됐다"고 조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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