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각종 의혹에 말을 아끼던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구속영장 청구 이후 쏟아지는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대해 반박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검찰발로 제기되는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삼성을 둘러싼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검찰 조사와 기소 여부 등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한 상황에서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강한 반발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법원이 법리적 판단을 통해 결정하고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검찰의 행태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고, 그중에는 유죄 심증을 전제로 한 기사들까지 있다"고 했다.

삼성은 전일에도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승계 작업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수사에 협조한 인물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은 어떤 진술이나 근거도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형식상 '일부 보도'에 대해 비판한 것이지만, 내용은 검찰발 소식에 대한 반박이다.

삼성이 이같은 반박은 지난 5일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의 반응과 대비되는 것이다.

삼성은 당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을 통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통해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했다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했을 것"이라고 밝힌 것 정도다.

검찰이 수사심의위가 마무리되기 전에 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삼성이 억울해 하는 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데 따른 '괘씸죄'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절차상 예정된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2년 가까이 진행된 수사인데 이 부회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영장 청구 직후의 당혹감에서 벗어난 삼성은 이후 공세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삼성이 연이은 검찰발 보도에 반박하지 않을 경우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은 "추측성 보도들이 객관적 사법 판단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법원과 수사심의위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삼성이 기댈 곳은 여론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여의 옥살이를 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일본의 소재 수출금지 등에서 삼성이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면서 삼성을 둘러싼 여론은 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은 삼성그룹의 준법 의무를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후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승계 문제와 무노조 경영 방침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부당해고에 항의해 350여일 동안 철탑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씨와 지난달 사과와 보상에 합의하는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삼성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여러 노력 끝에 삼성에 대한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와 교수, 법조 경력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각계각층의 시민 250명으로 구성돼 있다.

강경한 검찰 수사팀보다 여론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다.

삼성은 검찰에 대한 반박에 더해 경영정상화의 길을 열어달라며, 다시 한번 '경제 위기 속 삼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은 이날 검찰수사와 코로나19 사태,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험해본 적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역할을 삼성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삼성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시점이라 여론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면서도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나 적극적인 반박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강경일변도의 압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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