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또다시 구속 갈림길에 선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고,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한다.

삼성은 반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은 모두 적법하게 진행했으며,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 검찰 "안정적 경영권 승계 위한 시세조종·분식회계"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원됐다고 판단한다.

특히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이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또 합병 결의 전후 호재성 공시가 집중된 것과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 자체로는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시세조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아울러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천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천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합병 비율의 적절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 삼성 "시세조종 없었고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하는 것"

반면 삼성과 이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검찰 판단을 정면 반박하며 구속 사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시세 조정은 결코 없었다"며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공시를 지연했다는 것도 검찰 수사에서 인정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제일모직이 자사주 대량 매입을 통해 주가를 관리했다는 데 대해 "자사주 매입은 법과 규정에 절차가 마련돼 있고 당시 이를 철저하게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해지도록 주식매수청구권 청구 기간에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시세조종이 아닌 단순한 주가 방어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며 불법성 여부가 문제인데, 당시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 회계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문제 없음'으로 회신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자료 증거인멸 혐의로는 기소된 삼성 임직원 8명에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했지만, 본안인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 이재용, 보고·의사결정 관여 여부도 쟁점

검찰과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불법적인 지시를 했는지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일부 언론은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구체적인 승계 작업이 보고됐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 등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미전실 내부 문건 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 협조한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삼성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곧바로 반박 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은 어떤 진술이나 근거도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단호히 부인했다.

또 "이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 역시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구속심사 과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 도주할 우려가 없고 주거지가 일정하므로 구속 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8시 4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