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스피 지수가 2천200까지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급락하기 직전 수준에 이르렀다. 기술주 위주인 미국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그동안 꿈을 꾼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시장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 전염이 종식된 것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완료된 것도, 경제 봉쇄가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된 현재 주가지수를 정당화할 만한 것은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밖에 없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로 유동자금이 기존에도 풍부했으나 코로나19 확산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한국은행까지 더 돈 풀기에 나섰으며 향후 경기를 계속 떠받치는 정책을 펴겠다는 약속도 했다. 각국 정부도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4년부터 균형 재정을 이뤄오며 '적자'라면 질색하던 독일 정부마저 곳간을 열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 정부도 30조가 넘는 3차 추가경정예산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미 대선,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불평등 심화 등 경제 외적인 변수가 산재하지만 이제 주가 등 자산가격 방향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실질적인 '성장'의 확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V'자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과 유동성의 힘 덕분에 오른 위험 자산의 상승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실제 성장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록지는 않다. 원래도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귀했는데 코로나19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여지가 많아서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70개국이 연초보다 더 작은 경제 규모로 올해를 마칠 것"이라며 부채와 재정적자, 실업의 증가를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183개국 대상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 1월의 2.5%에서 마이너스(-)5.2%로 깎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관용구가 있다. 앞에 보이는 것이 위험한 늑대인지, 기르던 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저물녘 같은 시기라는 말이다. 금융시장도 이런 시기에 있다. 코스피나 원화 가치의 추가 상승, 금값의 추가 하락 등이 힘을 얻으려면 기업 실적 개선과 가계 소득 증가라는 명분이 필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지난 3개월간 연 0.6% 수준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에 육박하는 점도 변수다. 애써 낮춘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 연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확인해야 한다. 투자자는 눈을 비비고 새벽에도 깨어 있어야 할 어스름한 시기에 있다. (자본시장·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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