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수개월째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조건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본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치가 현저히 훼손된 만큼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조건을 변경해 보자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9일 입장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재협의를 위해 계약상 시한(long stop date) 연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산은 등 채권단이 HDC현산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데 대한 회신 성격이다.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는데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이다.

HDC현산은 인수 계약 체결일 이후 계약 체결 당시에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이 발생해 재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추가 차입 등으로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부채가 4조5천억원 늘었고 부채비율도 2019년 반기 말 대비 1만6천126% 급증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내부 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표명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이 긴급자금 추가 차입,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등의 계획을 통보했지만 사전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승인했고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추가자금 차입,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을 강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컨소시엄은 10여차례 공문을 보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및 전망, 차입 규모 등 중요한 자료 제공을 포함한 인수상황 재점검을 요청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신뢰할 만한 충분한 공식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채권단과 공식 교섭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추측성 보도와 채권단의 공문 발송에 대한 보도가 이어져 결국 입장 표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하기 위해 투명한 회계정보와 유동성 부족, 자본잠식을 극복할 지원책,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할 것을 전제로 계속기업으로 존속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구조에 변동이 있을 경우 인수 계약과 관련한 중대한 상황들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은 계약상 시한이 연장되더라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계약상 진술보장 위반, 확약 불이행 등에 따른 책임이 면제되거나 감면되지 않으며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업의 관련 권리가 바뀌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HDC현산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주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당사자 간 대화를 넘어 산은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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