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 150년 역사 동안 아시아 지역의 혼란한 정치 상황에 대해 중립적 기조를 보여왔던 HSBC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지지 의사를 밝혀 시선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SBC가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민감한 국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참고해온 교본에 잘 따랐다면서 공개적 언급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비밀리에 은행의 이익을 위해 정부를 안심시켜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은행이 이번에 홍콩보안법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친중 인사들과 관영 언론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비판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HSBC는 또 지난해 화웨이의 제재 위반과 관련해 미국 사법당국에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 때문에 중국 관리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HSBC의 이익 대부분은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잘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은행은 중국인들을 겨냥해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법안을 지지했다.

역사적 반향을 우려한 듯 HSBC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TV 인터뷰를 하는 대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쪽을 택했다.

HSBC는 지난 3일 피터 웡 아시아 최고경영자(CEO)가 홍콩보안법 청원에 서명하는 사진을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HSBC는 홍콩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문제와 무역전쟁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지난 1년 이상 내부적으로 첨예하게 논쟁해왔다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 사업을 줄이는 가운데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HSBC 역사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한 데이비드 키나스톤은 "정치적인 것이 연루된 일에 서명하는 것은 깊이 뿌리박힌 행동 강령에 정말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JP모건체이스만큼 많은 직원과 대차대조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홍콩과 상하이에 뿌리를 두고 있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HSBC의 이번 행보는 정치인들과 고객 뿐만 아니라 직원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으며 본사를 두고 있는 영국 정부와도 등지는 결과를 낳았다.

HSBC는 지난 1865년 처음 중국에 설립됐지만 1949년 공산당 집권 후에 퇴출당했다.

이후 HSBC는 아시아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에 나서고 영국 미들랜드뱅크를 인수해 본사를 1993년 영국으로 옮겼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국채위기가 터지면서 서구지역이 중국보다 사업하기 더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깨졌다.

HSBC는 광범위한 사업 범위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미국 법에 저촉되기도 했다.

중국을 향한 HSBC의 야심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기소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사법당국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장애물을 만났다.

화웨이 변호사는 올해 캐나다법원에서 미 법무부가 HSBC에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은행의 제재 위반과 관련해 화웨이를 주동자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HSBC 개입이 공개된 이후 은행 경영진들은 당시 주영국 중국대사를 포함한 중국 관리들에게 비밀리에 사과했다.

사태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HSBC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HSBC 경영진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을 했을 때 고객들과 직원들의 평판이 어떻게 나올지, 금융과 관련한 미래가 어떨지 수치를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관영언론이 HSBC가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 때문에 HSBC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륭춘잉 홍콩 전 행정수반은 지난달 말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HSBC가 새로운 법안에 대한 직접 지지 의사를 밝힐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HSBC의 중국 사업은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은행에 의해 하룻밤 사이에 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9시 5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