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구속을 피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긴 검찰이 이번엔 기소 여부를 두고 '2라운드' 공방을 벌인다.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한 작업 자체가 없었다는 이재용 부회장 측과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이 주도하고 삼성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다는 검찰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두고도 양측이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검찰 수사의 타당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겠다면서 소집을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 부회장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은 물론 기소의 불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자체개혁방안으로 도입한 것이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안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이 심의 대상이다.

수사와 기소의 타당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묻겠다는 취지에 따라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소집이 결정되면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 기소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은 심의위원 15명에게 30쪽 내외 의견서를 제출하고, 30분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삼성 측은 여기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또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 삼성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논리를 펼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이 1년 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벌이고 50여건의 달하는 압수수색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삼성은 강경한 검찰보다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일 이 부회장이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도 이같은 계산에서였다.

삼성은 또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혐의가 소명됐다'는 표현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인정했을 뿐 당사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달리 말해 '소명 부족'이라고 지적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법원의 기각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데 따라 구속은 물론 기소 필요성도 없다는 주장이다.

법원이 모호한 표현을 쓰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따라 수사심의위 결정도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를 권고해도 검찰이 기소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지금까지 8차례 개최된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검찰이 따르지 않은 적은 없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의 최종 지시자라고 보는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을 권고한다고 이를 따를 확률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요청 이틀 후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역시 기소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은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건이라도 불기소 권고를 할 경우 재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고 보고 해명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용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문구가 재판부에 판단을 넘기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만큼, 수사심의위가 기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법적 리스크를 짊어진 지 3년이 넘었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은 일단 피했지만 수사심의위와 검찰 기소, 파기환송심 재판 등 줄줄이 이어지는 법적 절차에 다시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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