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통위원의 '자격'과 '자질'
[현장에서] 금통위원의 '자격'과 '자질'
  • 전소영 기자
  • 승인 2020.06.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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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자격'과 '자질'은 구분된다. 자격은 어떤 직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법적 규정을 의미하고 자질은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간적인 바탕을 뜻한다.

한국은행법 제 13조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은 "금융·경제 또는 산업에 관하여 풍부한 경험이 있거나 탁월한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풍부한 경험이나 탁월한 지식을 계량화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등으로 금통위원을 선임할 때는 '자격'보다는 '자질'을 본다.

통상 금통위원의 자질은 크게 '전문성', '소통능력', '청렴'으로 꼽힌다.

경제를 움직이는 통화정책이라는 큰 칼을 휘두르는 자리인 만큼 경제에 대한 전문성은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한 배경과 경제 전망 등을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도 있다. 소통은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뿐만 아니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인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수시로 언론 접촉과 세미나 등을 통해 통화정책과 경제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한다.

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자리인 만큼 청렴함도 금통위원이 갖춰야 할 자질로 분류된다. 한은 총재는 이런 이유 등으로 2014년부터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지난 4월 기획재정부 장관 추천으로 금통위원이 된 조윤제 금통위원의 자질 문제가 한은 안팎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조윤제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유력한 한은 총재 후보이기도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총재 자리 대신 금통위원으로 한은에 왔다.

금통위원으로서 첫 외부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금통위원'이 아닌 '전 주미대사' 타이틀이었다. 금통위원으로 취임한 지 50일 만이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여야 정책연구 모임인 '우후죽순' 1차 정기 토론회에서 한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10년 내 0%대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직 금통위원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전직 주미대사 타이틀로 강연에 나서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시한 자료의 적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경제가 10년 내 0%대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 등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나 나올 법한 '나이브한' 주장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금통위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0.2%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속한 기관에서 제시한 성장률 전망과도 결을 같이 한다고 보기 어렵다.

금통위원 취임 이후 첫 외부 행보가 정치권 행사 참석이라는 점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고위 공직자의 첫 행보는 정치하고 치밀하게 계획되기 마련이다. 주미대사를 역임한 조 위원이 이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위원이 보유한 대량의 주식 문제도 아직까지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사혁신처에 보유주식의 직무 관련성 심사를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취임 후 첫 금통위에 제척됐다.

주식은 적극적 단기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부는 한국의 주식투자를 '투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돈'을 움직이는 기관이다. 역대 금통위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돈과 연관이 있다는 판단하에 정서상 그동안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고 직무를 수행해왔다.

조 위원은 금통위원으로 선임된 후 보유 중이던 8개 주식 중 금융주를 포함한 5개 회사 주식은 처분했다. SGA 74만588주, 쏠리드 9만6천500주, 선광 6천주 등 3개 비금융 중소기업 주식은 매각하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조 위원도 관련 법에 따라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했고, 현재 주식 보유 시에 지켜야 할 법규, 절차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인사혁신처에 금통위원으로의 '자격'을 요청했다. 하지만 취임 후 50일간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그의 자질과 평판은 이미 적잖게 타격을 입었다. (금융시장부 전소영 기자)

syj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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