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요청한 데 대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10일 입장을 내고 "인수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인수 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늦었지만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채권단은 다만, HDC현산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제시한 조건은 이해관계자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서면으로만 논의를 하다보면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면서, HDC현산이 인수 의지 표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입장과 태도를 협상을 통해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은 전날 입장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채권단에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올 들어 4조5천억원 이상 급증하는 등 재무상태가 크게 나빠진 만큼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 당시 조건으로 인수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이 작년 말 대비 1만6천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는 같은 기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게다가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 또한 의심스러운 상황이며,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채권단이 인수조건 변경을 위한 재협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인수조건에 대한 상황 변화가 생긴 만큼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인수조건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압박한 것이다.

HDC현산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용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과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초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조5천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고, 계약금 2천500억원은 이미 납입한 상태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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