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변경 요구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하루만에 답변을 내놨다.

인수조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으면 논의를 해보겠다면서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HDC의 입장이 진정성있게 비춰지려면 직접 협상테이블로 요구사항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HDC현산의 입장 표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까지 고려한 명분쌓기 꼼수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10일 HDC현산의 재협상 요구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HDC현산이 인수조건에 대해 재협상을 요청한다고 밝힌 지 하루 반나절이 지나 나온 공식 입장이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인수 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늦었지만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진정성에 의심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채권단은 먼저 HDC현산이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HDC현산이 제시한 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서면으로만 논의를 하다보면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협상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도 했다.

막상 재협상을 요구하면서도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인수 무산의 책임을 채권단으로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HDC현산이 지난 9일 장문의 입장문을 낸 것이 인수 포기까지 염두에 둔 명분 쌓기용에 불과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HDC현산이 더 나은 조건으로 조정되지 않는다면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압박에 대해 역공에 나선 모양새다.

양측 모두 먼저 계약을 깨는 선택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만일을 대비해 책임논란을 덜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산은 등 채권단은 전일 HDC현산의 재협상 요청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당장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신중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HDC현산이 전일 갑작스럽게 입장을 표명한 것은 향후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계산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산은이 진성성을 무기로 딜 성패의 책임을 다시 HDC현산 측으로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재협상 초반 양측은 상대의 의중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와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재협상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거래 종료 시점을 연말로 6개월 미루는 방안은 무난히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거래 종결 시한을 이달 27일로 정했지만,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 일정 등이 지연될 경우 최장 12월 27일까지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등도 이미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경우 구주와 신주 인수 가격 조정 등 다소 민감한 문제들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HDC현산이 채권단이 바라는 만큼 협상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딜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양측 모두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매각이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위험부담이 높다"면서 "서로 유리한 협상 조건을 점유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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