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국내 3∼5위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와 CMB, 현대HCN 등이 모두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M&A)으로 유료방송사업 덩치를 키우려는 이동통신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이 막강한 가입자 기반과 네트워크, 자본력을 갖춘 이통사의 인터넷TV(IPTV)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케이블TV가 모두 매각해야 할 처지가 돼 M&A 시장은 '매수자 우위'로 형성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통사 간 '출혈경쟁'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으려는 케이블TV 업체들이 버티기 전략에 나설 경우 실제 딜 클로징(거래 종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에 대한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시작된 케이블TV 시장의 M&A가 딜라이브와 CMB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HCN이 공개매각 방식으로 예비입찰을 시작한 데 이어 딜라이브도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HCN이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KT(KT스카이라이프)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모두 참여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프라이빗 딜 방식으로 진행 중인 딜라이브 인수전에는 KT와 SK텔레콤이 뛰어들어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MB도 매각을 공식화하고 유료방송 M&A 시장에 참전했다.

매물이 동시에 확 늘어나면서 인수전에 뛰어든 이통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매물이 늘어나면서 선택지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각 케이블TV 업체들의 특성과 수익성, 가입자 기반 등에서 차이가 있어 전략적으로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작년 하반기 기준 KT군 31.52%, LG유플러스 군 24.91%, SK브로드밴드 군 24.17% 등으로 나뉘면서 '1강-2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딜라이브(5.98%)와 CMB(4.58%), 현대HCN(3.95%) 중 어디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이통 3사간 기존 구도는 깨질 수도 있고, 더욱 공고해질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유료방송의 덩치를 키우면서 3사 체제의 과점구도가 된 만큼 M&A는 이러한 균형을 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다만, 실제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M&A 전략상 이통사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해 가격을 높인 뒤 뒤로 빠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에 타격을 주고 알짜 매물을 얻으려는 전략인데, 이통 3사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오히려 매수자 우위 시장이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의 구도를 보면 이통3사는 비교적 수익성과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진 현대HCN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인수 뒤 현금을 창출하는 '캐쉬카우' 역할을 할 매물에 관심이 크다"면서 "현대 HCN은 매물 3곳 중 가장 작은 규모에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딜라이브와 CMB는 인수 후 수익구조 개선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HCN보다 매각 작업을 늦게 시작한 딜라이브와 CMB는 흥행을 위해 매력적인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딜라이브 인수전에 KT와 SK텔레콤이 뛰어들긴 했지만, 사실상 현대HCN을 놓칠 경우를 대비한 차선책이라는 평가다.

딜라이브의 재무구조가 부실한 점은 거래 종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CMB도 가입자 대부분이 수익성이 낮은 8VSB 고객인 만큼 딜라이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통사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반대로 인수 후보 간 출혈 경쟁으로 막판에 가격 조율이 안 돼 자칫하면 전체 매각의 판이 엎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채권단 주도로 매각이 진행 중인 딜라이브의 경우 9천억원 수준의 몸값을 원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 3천억원 수준에서 매각을 추진했던 CMB도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경우 흥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통사들의 반응이다.

현대HCN은 제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매각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딜이 진행될수록 통신사들 간 셈법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현재로서 딜 향방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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