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민원신청서를 여기서 작성해주시면 접수증을 나눠드리고 이후에 댁으로 답변도 보내드리겠습니다"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훌쩍 넘은 지난 11일 기업은행 본점 앞, 을지로 한복판에 테이블 6개가 마련됐다. 더위를 피해 그늘 속에 있었던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피해고객들은 기업은행 금융소비자지원부 소속의 민원대응팀의 말에 따라 하나둘 테이블에 다가와 설명에 따르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없고 시원한 물 한잔 없는 이곳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기업은행 고객들만을 위한 임시 민원실이 문을 열었다.

사실 11일은 기업은행 이사회가 열렸던 날이다. 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피해 고객을 위한 선지급 보상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사회 시간에 맞춰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피해 고객들도 본점 앞으로 모였다. 지난 8일에 있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과의 간담회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던 탓에 한 번 더 집단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이어진 이번 집회에는 총 100여명의 피해 고객들이 참석했다. 더욱이 집회에서는 총 3차례에 걸쳐 은행에 대한 진입 시도가 이뤄졌다. 결국 잇따른 진입시도에 고객들과 대치하던 기업은행이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바로 기업은행 본점 문 앞에 임시 민원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민원을 받기로 결정하고, 기업은행도 테이블 6개와 의자 10여개를 본점 앞에 배치했고 피해고객에게 민원 신청서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작성을 요청했다. 그리고 한명 한명에게 접수증을 나눠줬다. 피해 고객들의 무리한 은행 진입을 막으면서, 이들의 민원을 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피해 고객들은 이미 작성해온 민원 신청서를 꺼내 첨부하면서 "꼭 행장님께 전달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공문으로 은행에 내용증명을 보내 답변을 받은 적은 있으나 이렇게 현장에서 집단적으로 민원을 접수한 적은 처음이다"며 "우리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타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경우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타민원에 대해 즉시 처리를 시작해야 하며 30일이 경과하면 처리 상황을 통지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판매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디스커버리 핀테크 글로벌(선순위)채권 펀드에 투자한 고객에게 투자원금 50%를 선보상하기로 결정했다. 피해 고객들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선보상안과 곧 받게 될 민원 답변, 그리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책금융부 손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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