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입은 중국 기업들에 밀려 지난해 급락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5일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석 결과,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이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19%로 전년 대비 5%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중국은 2% 미만의 점유율에서 지난해 5%까지 2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고, 유럽과 대만의 점유율은 9년째 정체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2011년 20%였던 데서 지난해 10%까지 떨어지는 등 감소 폭이 컸다.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평균점유율은 미국 49%, 한국 18%, 일본 13%, 유럽 9%, 대만 6%, 중국 4%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 국제학회(국제고체회로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채택논문 건수 역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4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2011년 4건에 그치던 논문 건수가 올해는 23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빠르게 연구실적을 쌓아온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간 시스템반도체 부문 기술 격차는 2013년 1.9년, 2015년 1.6년, 2017년 1.8년을 나타내는 등 답보상태였다.

전경련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이처럼 중국이 부상한 것은 반도체굴기 등으로 중앙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준 결과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기업이었다.

가장 비율이 높은 SMIC는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은 5%, 칭화유니그룹이 4%로 뒤를 이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국적 기업도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전경련은 이미 세계 선두인 미국도 주요 반도체기업에 세제 혜택과 연구·개발(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기업 2곳이 각각 불과 0.8%, 0.6%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경련은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20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OECD가 발표하는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은 2015~2018년간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2012~2014년 100억달러(한화 약 12조원) 내외였던 세계 반도체 M&A시장 총 거래액은 중국의 적극적 참여로 2016년 596억달러(약 72조원)까지 치솟았다.

전경련은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170조원 지원에 대응한 미국의 지원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기업인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천억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한 바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이 5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위해 국가 재원을 투입해온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내 경쟁을 중요시하는 미국조차도 최고 고부가가치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 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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