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미국 정부가 지난달 화웨이와 33개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발표할 준비를 했으나 막판에 철회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은 "명단이 거의 발표될 뻔했다"면서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명단 발표를 보류하고 기다리자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발표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중국 경제에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결정이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면서 중국은 대외 교역과 투자 안정 2가지를 핵심 경제 우선순위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5월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는 미국에 대해 전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대신 경제 협력을 촉구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시작하자 중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실체를 지목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 명단 때문에 외국 기업들의 우려가 커졌지만 중국은 이후 명단과 관련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명단의 세부 내용을 최종적으로 마련했지만, 외국 기업들의 반응과 중국에서의 사업 매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미 외국 기업들이 코로나19로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 제재 명단까지 나오면 기업들의 중국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징벌적 조치가 조만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국수주의 움직임에도 중국은 해외 제조업체들에 매력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망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화웨이 제재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은 미온적이었다"고 말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서둘러 보복에 나서지 않겠지만 "강한 조치를 요구하는 대중의 의견과 경제를 안정화하고 해외 투자를 유지하는 것을 모두 만족시키는 어려운 일을 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안정이 보복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중국은 "해외 투자 손실로부터 중국 산업생태계에 미칠 영구적 충격을 막으려는 장기적 노력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덧붙였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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