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미중 갈등 장기화로 한국 경제가 받는 타격은 심화하겠지만,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업종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미중 통상전쟁 재점화, 한국기업의 대응방안'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한국기업의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월 미중 무역협상 관련 1차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지금, 미중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강화되고 있는 리쇼어링이 세계화 시대 모범국가였던 한국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갈등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부 산업들은 글로벌 경쟁 구도의 재편 과정에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드(THAAD) 배치 후 중국의 한한령으로 한국의 화장품 및 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급락한 사례를 언급했다.

반면에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1위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인한 일본 반도체 기업의 몰락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 간 경쟁이 커지고 있어 중국 기업의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이 폐지될 경우 반도체와 조선 등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수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대선을 앞둔 3분기에 가장 격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위험과 기회가 병존하지만 코로나19까지 겹쳐 경제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영향에 대해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가시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업체 TSMC를 대신해서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어 자칫 무리한 거래 확대로 메모리까지 제재대상이 되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분쟁 2라운드는 IT 기술패권 전쟁으로 한국의 산업과 기업들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이 공존하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에 한국산 IT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한국기업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일방의 기업과 관계가 깊어질 경우 경쟁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관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점이 최대 숙제로 거론됐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중 관계의 향방은 트럼프의 지지율과 중국의 태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이나 3분기에는 더욱 격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국 입장에서 전통 제조업은 탈중국화를, 소비재와 서비스는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석영 전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미중 양국의 대립은 경제ㆍ통상ㆍ기술 분야를 넘어 전략 및 패권경쟁으로 확산하고 있어 세계 경제질서의 불확실성은 극대화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계속 내연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은 위험분산을 위해 무역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리쇼어링과 현지 생산방식을 고려한 무역·투자 전략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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