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경영 행보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업을 뛰어넘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로봇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에 정 부사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로봇종합기업 현대로보틱스는 KT로부터 500억원의 투지 유치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KT에 10%의 지분을 내주면서 '피를 섞는' 협력 관계를 만들고, 스마트팩토리와 로봇사업 등에서 더욱 공고한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정 부사장은 이날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이스트(East)에서 열린 KT와의 스마트 스마트솔루션·디지털 혁신 공동 추진을 위한 사업협력 협정 체결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이번 투자유치와 사업협력 협정 체결 등을 계기로 별도의 협력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인데, 정 부사장은 이 위원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와 KT의 이번 협력은 지난해 카카오와 SK텔레콤이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ICT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시너지 협의체'라는 별도의 기구를 두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본업인 조선업과의 시너지를 높이고, 신사업 분야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외부 기업과 '피의 동맹'에 버금가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정 부사장이 중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월 KT, 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 협의체인 'AI 원팀(One Team)'도 구성한 바 있다.

세계 1위 조선, 국내 1위 로봇 기업으로서 산업 현장에서의 AI 적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룹사들과 공동으로 맞춤형 기술개발에 나선 것이다.

당시 정기선 부사장은 "AI 산업의 발전을 바탕으로 조선, 로봇을 포함한 대한민국 제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기선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한 것도 정 부사장의 보폭을 넓히는 데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천713억원과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유가 부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지만,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그나마 실적방어를 해줬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현대중공업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부의 AS 사업을 양수해 설립됐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시행으로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선박 개조 등 기술서비스 매출 증가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실적을 받쳐줬다.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친환경 선박사업에 집중한 정 부사장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경영능력의 시험대로 거론됐던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안착한 가운데 정 부사장이 AI 및 로봇 분야에서 신규 사업발굴에 나서면서 현대중공업지주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지주도 향후 유가 회복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 수혜를 앞두는 등 '보릿고개'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이달 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LNG선 협약을 맺었다. 사업 규모는 700억리얄(약 23조6천억원)로 알려졌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잔고는 금액 기준 세계 1위로 추정되며 단순 물량으로 평가하더라도 세계 2위 규모"라며 "5년간 600억달러 이상의 발주 물량을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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