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올해 말까지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끄겠다고 밝힌 두산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 3조6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팔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상황이어서 가능한 모든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 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 내 현금 창출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최우선 고려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현재 매물로 내놓은 자산과 계열사들의 매각 작업이 다소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고, 목표로 한 유동성 확보 수준을 채우기 위해서는 랜드마크가 될 만한 매물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두산인프라코어 '진성 매각'일까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보유중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약 36.2%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약 51%는 매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알짜'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올려둔 것은 경영정상화와 재무 건전성 제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이 자구안에서 팔수 있는 자산은 모두 내놓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이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를 팔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사업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두산이 그간 계열사를 매각할 때 여러 번 활용해 온 구조여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이 현재 두산중공업의 든든한 현금창출원이 되고 있어 단순히 매각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게 능사는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상 연간 매출액은 3조1천억원, 영업이익은 1천782억원, 당기순이익은 530억원이었다. 시가총액은 1조4천억원이 넘는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두산인프라코어를 통매각하기 보다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과거 두산이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등 3개 계열사와 보유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20.54%를 매각해 7천8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던 사례와 비슷한 딜 구조를 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시 두산은 미래에셋, 사모펀드 IMM 등과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서 주요 자산을 이 곳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상황 여하에 따라 완전히 매각해 지분 관계를 끊을 수도 있지만, 자금 사정에 따라 다시 되사올수도 있는 구조다.

◇ 자산·계열사 매각 속도 내지만…가격 이견 여전

두산은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재 주요 자산과 계열사들에 대한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뿐만 아니라 두산타워와 두산건설 사옥, 두산솔루스, 골프장, 모트롤BG 등 사실상 돈이 될만한 자산과 계열사들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상황이다.

연료전지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두산퓨얼셀도 대상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산 매각 작업에 성공해 연내 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야 유동성 위기의 중심에 서 있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 가량의 자본을 확충해 시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원매자들과의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작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매물 대상에 오른 것도 이러한 점이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다.

두산은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만드는 두산솔루스 매각에 사활을 걸었지만,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와의 협상이 깨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입찰도 흥행이 되지 않아 고심이 크다.

롯데케미칼과 SKC 등 대기업들이 참여해 주길 바랐지만 결국 발을 들여 놓지 않았다.

두산은 당초 두산솔루스를 매각해 약 1조원 가량을 확보하는 것을 계획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 가격을 약 6천억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경우도 올해 초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투자자를 물색했으나 새주인 찾기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결국 팔릴만한 자산만 따로 떼어내 매각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두산건설은 밸류그로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장기 미회수 채권이 있는 인천 학인두산위브아파트와 일산제니스 상가, 한우리(칸) 리조트, 공주신관 토지 등을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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