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디지털금융 시대에서는 전통적인 뱅크런보다 더 빠르고 조용하게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소영 예금보험공사 리스크총괄부 조사역은 17일 '금융의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금융회사의 유동성리스크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금이체의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전통적 뱅크런은 예금자가 은행 창구나 ATM을 통해 예금을 대규모로 인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예금자가 영업점에 줄을 서는 등 혼란스러운 현장 모습이 포착돼 '노이지 런'이라고도 한다. 반면 디지털 뱅크런은 예금자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모바일 매체를 통해 예금을 인출해 예금자의 동요가 눈으로 보이지 않아 금융당국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이 조사역은 저축은행업권의 디지털 뱅크런 발생 가능성을 짚었다. 저축은행업권은 예금보험제도로 보호되지 않는 예금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보제도로 보호되지 않은 예금은 대규모 뱅크런에 더 취약하다. 실제로 2008년 7월 워싱턴 뮤추얼 뱅크런 사태에서 비보호예금은 13% 인출됐는데, 보호예금은 단 2% 인출됐다. 금액 기준으로도 정체 인출액의 70%가 비보호 예금이었다.

현재 저축은행업권은 전반적인 BIS비율 개선 등의 영향으로 부보예금 중 5천만원 순초과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약 5%에서 지난해 말 약 13%로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예금자가 시장정보에 민감하고 군집행위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24시간 예금 인출이 가능한 특성을 고려하면 항상 디지털 뱅크런에 노출돼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디지털 뱅크런을 대비하기 위해서 각 금융회사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즉시 해지·인출이 가능한 예금에는 보다 높은 이탈률을 적용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현금유출액을 산정할 때 소매예금에는 5~10%의 낮은 이탈률을 적용한다. 하지만 인터넷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8년 29%에서 지난해 59%로 크게 증가한 만큼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면 현재 이탈률을 통해 산출한 예금 유출규모보다 더 큰 규모가 소매예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 영업시간 종료 뒤 인터넷뱅킹을 통한 자금이체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조사역은 "금융회사 부실징후가 시장에 알려지면 불안심리로 예보제도로 보호되는 소액예금까지 일시에 인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타 금융회사까지 전이돼 금융시장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며 "예금자가 예금인출 전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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