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모임에 나가면 자주 듣던 말 중의 하나가 좋은 주식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상황은 아주 난감해지고 대충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도의 분석기법과 경제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좋은 주식을 고르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최근 우리를 둘러싼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의 변화를 살펴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경제는 이제 완전한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과거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과 금리는 추억 속의 수치가 됐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 3.2%를 기록한 이후 2018년에 2.9%, 작년에 2.0%, 올해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더해져 0%대가 예상된다. 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되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0%대가 현실화했고, 은행권의 대출평균금리도 4월 현재 2.8%로 199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우리 사회의 특징적 변화를 살펴보면, 산업의 중심이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제조업에서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제조업과 플랫폼(Platform) 기반의 서비스산업으로 이동했고, 생산의 핵심요소도 과거 토지, 노동, 자본에서 데이터, 아이디어, 스마트 자본으로 무게중심이 이전됐다.

인구구조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 4인 가구 중심에서 싱글족의 증가와 노령화의 진전으로 2018년 말 현재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9.3%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47년에는 37.3%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노인인구 비율도 2019년 15.48%에서 2050년에는 35.9%에 달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전망이다. 특히 1인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우선 주거 형태와 소비문화에 영향을 미쳐 소형주택과 월세시장이 활성화되고 혼자서 식사와 음주를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등장했다. 편의점에는 다양한 도시락이 등장하여 '편도'(편의점 도시락) 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바쁜 현대인을 위한 인터넷·모바일 쇼핑과 배달산업, 여가활용을 위한 음악·영화·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동물 산업, 잘 먹고 잘 살기(well-being, well-dying) 위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건강식품 산업도 핵심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의 결과는 목 좋은 건물의 1층에 위치한 업종을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임대료가 가장 비싼 1층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주로 위치했으나 지금은 카페나 커피전문점, 편의점, 피자·치킨·도넛 등 각종 외식업체, 헬스앤뷰티숍, 휴대폰 판매점, 동물병원 등이 입주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스닥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30사 중 제약·바이오 12사, 제조업 9사, 문화·오락 5사, 핀테크 2사, 화장품 및 지주사가 각각 1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지형이 제조업에서 소비재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우리의 일상을 단기간 내에 근본적으로 변화 시켜 놓았다. 코로나 19 이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언택트'(Untact·비대면)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 코로나 19가 더해지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변화의 깊이와 속도를 실감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온라인 교육, 온라인 화상회의, 온라인 의료, 온라인 오락 등 '언택트 소비문화'가 확산하여 가정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 이코노미'(Home Economy)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산업이, 어느 기업이 미래의 산업지도를 주도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사회가 변하면, 기업은 당연히 사회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신규수요가 있는 사업에 진출하고 기존 사업에서는 철수하게 된다. 거대한 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일어나는 산업과 그 산업군에 속한 기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주식을 찾는 방법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것이 갖는 의미를 읽어내어 투자에 활용한다면 좋은 주식을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사회가 변하면 기업도 변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우량기업을 찾아내는 안목, 이것이 바로 '생활의 발견'이다. (김재준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