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강수지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얼마나 떠맡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최근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뉴노멀 시대의 중앙은행의 도전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의 역할과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이같이 답했다.

뉴노멀이란 금융위기 이후 낮은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이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운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이주열 총재는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수준에 있을 때 어떤 적극적인 수단을 활용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실물경제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며 "인플레 억제에 초점을 맞춘 물가안정목표제도 현실에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금리 결정 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보는데 상충되는 통화정책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도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그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전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전면적인 봉쇄조치가 없어 충격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에 접어들기 위해 꽤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나라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지금 경제적인 충격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4월부터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했다"며 "실제로 13조 원가량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신용리스크도 줄어드는 등 빠른 속도로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QE)와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제로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낮추고 무제한 채권매입을 시작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금리 조정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 자체도 국내기업이나 개인의 달러화 조달에 대한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체결 발표 소식 직후 코스피가 7% 이상 급등하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며 "통화스와프 자금 중 200억 달러를 이미 시장에 공급하면서 환율 안정, 외화 자금조달 시장 개선 등 국내 외환 부분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결정 시 성장과 물가를 1차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리 조정이 경제 모든 부분에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원치 않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금융안정도 같이 고려한다"며 "두 가지 목표가 때로는 상충된다"고 전했다.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밑도는 것은 세계화 등 구조적 요인과 무상교육 등 정부의 복지 정책 확대 등이 있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이후로 유가가 급락하고 여행 숙박 외식 수요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위기는 앞으로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정책수단 개발과 제도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불균형이 쌓이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대응으로 이전에 해보지 못한 과감한 완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금의 완화정책이 금융불균형을 계속 누적시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진정되면 그간에 취했던 이례적인 완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그런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한은이 의사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민 세금과 다름없는 발권력의 남용 가능성을 사전에 막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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