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식에 눈 뜨고…대만은 현금이 20%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우리나라 연기금이 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지역의 공적연금 가운데 대체투자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HR컨설팅기업 머서는 최근 발표한 '연기금 자산 배분 인사이트 2020' 보고서에서 해외 자산과 대체 투자에 대한 아시아 연기금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머서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남미의 16개 지역 연기금 관계자를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韓, 대체투자에 가장 호의적

이 가운데 아시아에선 지역별로 다른 추세가 부각됐는데 한국은 대만과 함께 대체투자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한국 연기금은 전체 자산 중 대체투자 비중이 12%였고 대만은 10%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 연기금 전체의 평균 비중 4.5%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머서가 처음으로 조사를 시행한 2014년에는 주식 비중이 30.2%, 채권이 59.8%였고 대체투자는 9.6%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대체투자 자산 중 대부분의 익스포저(위험 노출)는 사모펀드(PE)와 부동산 투자에 집중됐으며 위험도가 더 높은 헤지펀드에 출자한 비중은 미미했다.

머서는 "한국은 더 높은 수익과 자산 다각화를 위해 대체투자 비중을 가장 크게 가져갔다"며 "대부분은 재간접 형태 혹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머서의 자넷 리 아시아 자산관리 사업 부문 총괄은 "연기금이 보유 자산의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대체투자 자산 또한 비중이 커졌다"며 "한국과 대만에서 대체투자 익스포저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 연기금은 대체투자를 제외하면 채권 비중이 50%였으며 주식은 37.2%였다. 지난 2014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래 한국은 주식 비중이 30.2%에서 7%포인트 늘어난 반면 채권 비중은 59.8%에서 50.0%로 줄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공제회와 일부 퇴직연금을 대상으로 했다.

◇ 소심한 日, 주식 비중 확대로 돌아서

일본의 경우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주도하에 주식 비중을 43%까지 비약적으로 늘린 점이 눈에 띄었다.

일본은 설문 대상 지역 중 가장 보수적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나라였고 채권의 비중도 비대했다. 하지만 초저금리 통화정책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지난 몇 년 사이 채권 비중을 대폭 줄이고 주식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늘리는 등 공격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머서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일본의 포트폴리오는 채권 비중이 59.0%였고 주식(30.7%), 대체투자(3.0%), 현금 및 단기자금(3.0%), 기타(4.3%)로 구성됐다.

이번 조사에선 주식 비중이 42.8%로 급증했고 채권은 43.1%까지 낮아졌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거의 같아진 셈이다. 그밖에 현금 및 단기자금 비중이 5.6%까지 커졌고 기타도 5.6%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이나 대만과 달리 대체투자 비중은 3.0%에 머물러 있었다.

머서는 "일본 최대 연기금인 GPIF가 주식 투자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변화를 주도했다"며 "한국 및 대만과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해외 자산 비중이 커진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2014년 첫 조사 때 일본의 채권 자산 중 국내 비중이 81.1%로 압도적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선 국내(63.7%)와 해외(36.3%)의 격차가 좁혀졌다. 일본의 주식 자산 또한 해외 비중이 48.6%에서 52.5%로 늘었다.

한국의 해외자산은 주식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다. 채권 자산 중 해외채권 비중은 7.1%에서 9.2%로 소폭 늘어난 반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은 33.7%에서 56.2%까지 2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 홍콩은 주식·인도는 채권 사랑

홍콩과 인도, 대만 또한 각각 주식과 채권, 현금 비중이 가장 컸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홍콩 연기금들은 주식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무려 65%에 달해 가장 공격적인 기질을 드러낸 반면 대만은 현금 비중이 20%에 이를 정도로 신중한 모습이었다.

홍콩은 주식을 제외하면 채권이 21.0%에 불과했고 현금과 단기자금이 14.0%였다. 대체투자 익스포저는 아예 없었는데 이는 인도와 터키 등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 특징이다.

홍콩만큼 주식을 사랑하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주식은 58.4%로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주식 비중이 컸다.

인도는 채권 비중이 무려 92.7%로 홍콩과 정반대 성향을 드러냈다. 조사 대상 지역 중 채권 비중이 가장 높았고 극도의 안전 선호 기조를 보여줬다. 인도 연기금의 주식 비중은 6.5%에 그쳤고 현금과 단기자금은 0.8%에 불과했다.

인도 만큼은 아니지만, 브라질(73%), 멕시코(70%), 아르헨티나(65%)도 채권으로 포트폴리오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었다.

이밖에 대만은 현금 및 단기자금 비중이 19.8%로 가장 컸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채권 비중(27.2%)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대체투자 비중 또한 9.6%로 한국 다음이었고 주식 비중도 43.4%나 된다는 점에서 위험 회피 성향이 짙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인도네시아(18.7%)와 터키(17.0%), 태국(14.7%)도 현금 비중이 비교적 큰 나라였다.

이번 조사는 지역별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진행됐다.





※ 16개 국가별 주식·채권·대체투자·현금 비중 차트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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