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원 급여 20%를 자진 삭감한 데 이어 신사업 투자 계획도 잠정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현금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자, 점포 유통화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 확대와 온라인 강화를 위한 신규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실적이 크게 악화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사업 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한 점포 확대 및 투자 계획도 잠정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도입하고, 홈플러스 스페셜의 온라인 쇼핑몰도 시작해 전국 당일배송 시대를 열겠다는 사업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1인 가구에서부터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자영업자까지 모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점포 모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였다.

당시 임일순 대표이사는 "홈플러스 명운이 달린 도전"이라며 대대적인 투자도 약속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까지 30개로 늘릴 예정이던 스페셜 점포는 1년 전보다 4개 늘어난 20개에 불과하다.

내년까지 8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물론, 온라인 배송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 규모를 업그레이드한 '풀필먼트센터(FC)'를 10개 점포로 확충한다는 기존 투자도 잠정 중단됐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모든 투자 계획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7조3천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천602억원으로 38.3% 급감했다.

그나마도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실적이 실제보다 낫게 나온 것으로, 과거 회계기준으로 계산하면 영업이익은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천322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대형마트 업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자, 홈플러스는 1997년 회사 설립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부문장급 이상 임원들에 한해 3개월간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재무적으로도 신규 투자보다는 자금 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지난 2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22억원에 불과하다. 1년 전 3천86억원에서 거의 바닥이 드러난 셈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급감했고 신세계, 롯데와 달리 온라인 수요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회계연도 영엉활동 현금흐름은 852억원으로 1년 전 4천374억원 대비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부터 창출된 현금도 8천317억원에서 4천39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홈플러스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빼 만기도래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있는 처지다.

현재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차입금은 1천954억원으로, 또다시 차입하거나 점포를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빚을 상환했고, 올해도 1호점은 대구점을 포함해 3개 점포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점포 유동화가 세일앤리스백이 아닌 폐점이라는 점에서 홈플러스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됐는지 알 수 있다"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영업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부동산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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