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묵시록(默示錄)은 그리스어로 아포칼립스(Apocalypse)다. 아포는 뚜껑을 뜻하고 칼립스는 '연다'는 동사에서 파생됐다. 직역하면 뚜껑을 연다는 뜻이다. 그래서 초기엔 열 계(啓)자를 써서 요한 묵시록을 요한 계시록이라도 했다. < 천주교 마산교구 신은근 신부님의 풀이>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쉽게 풀이하면 초기의 크리스트교에서 신이 선택된 예언자에게 주었다는 '비밀의 폭로'로 세상의 종말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토요타 회사채 금리 '0'는 자본주의의 아포칼립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21세기 자본주의의 묵시록 혹은 아포칼립스는 토요타(Toyota) 자동차그룹의 제로금리 회사채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 경제시스템의 뿌리인 자본에 대한 비용이 없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토요타 자동차 계열사로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토요타파이낸스는 지난해말에 이율이 0%인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는 3년으로 200억엔 규모로 발행 금리는 연 0.001%였다. 하지만, 액면 100엔당 100.003엔으로 발행해, 3년간 금리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일상이 된 일본에서도 회사채 금리가 제로수준인 것은 이례적이었지만 제로금리의 토요타 회사채는 완판됐다.

◇코로나 19로 신자유주의는 용도폐기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든 결과물이다.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자본주의는 자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야 경제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기업들은 이자보상배율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시체를 일컫는 이른바 좀비 (zombie)기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년 이상을 제로 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로 겨우 성장세를 이어가던 글로벌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제로금리로도 모자라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등 현금을 살포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어려워진 회사들의 회사채도 직접 사주겠다고 나섰다. 모든 것은 시장에 맡기라던 프레더릭 하이에크(Friedrich Hayek·사진)의 자유방임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조치다.









◇ 아포칼립스는 종말이라는 뜻과 함께 새로운 시작도 의미

아포칼립스는 세상의 종말을 일컫지만 새로운 것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도 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지구촌 모든 구성원이 팬데믹 이후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기 시작했다. 재난 지원금 성격이지만 미국에서 가계에 직접 현금이 지급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재원으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IT 선도기업의 천문학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 IT 선도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IT선도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공공재의 성격이 짙다. 빅데이터는 그들이 생성한 게 아니라 이용자들 혹은 인터넷 접속자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본보 2017년 8월21일자 '금융위기 10년 vs 10월 혁명 100년' 기사 참조>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똑똑한 정부(Smarter government)와 사회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청년실업, 육아독박, 노인빈곤 등에 대한 재정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고 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고집하며 하이에크의 후예를 자처하는 경제학자나 관료들도 이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세상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건 아닌지 말이다.(국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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