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원한 정부 실수…세금투입, 기업 오랫동안 고통받게 할 것"

"최근 日 주식·러시아 선박·中 와인 기업 등에 투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지연 기자 =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은 한국 정부가 대한항공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한국 정부가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자금을 기업에 투입하기로 하는 것을 '실수'라고 지적하고, 한국의 산업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도 했다.

로저스 회장은 22일 연합인포맥스와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대한항공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한항공 주식을 매도하지는 않았다"며 "꾸준히 추가 매입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 이슈로 투자 매력이 있고, 평생 여행을 하면서 비행기를 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항공산업이) 회복될 것이라 본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로저스 회장은 지난 2018년 북한이 개방되고 남한과 통일될 것에 대비해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일부 매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2018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3만원 안팎에서 움직이다 올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1만3천원까지 급락했으며, 현재 주가도 올 초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은 한국 정부가 대한항공에 상당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지난달 운영자금 2천억원 대출, 7천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 인수, 영구채

3천억원 인수 등 총 1조2천억원을 대한항공에 지원했다.

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8천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나는 비록 대한항공에 투자해 돈을 잃었지만, 한국 정부나 다른 어떤 곳도 (대한항공을) 구제해 주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역사상 여러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는데, 정부가 이러한 과정이 두렵다고 무조건 기업을 구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런 자금수혈 방식으로 산업이 돌아가면 안 된다"면서 "심지어 이 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실수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가끔 치료제(정부의 자금수혈)가 병 자체보다 더 나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시기 같다"라고도 했다.

그는 "투자자인 내 입장에서 정부의 돈으로 대한항공을 지원해주면 고맙지만, 정부가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계속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주는 것은 결국 한국 기간산업을 오랜 시간 고통받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늘리고 있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그래야만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한항공을 예로 들면서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모든 부분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이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보유를 늘리고, 새롭게 태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은 수출과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빨리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국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더 빨리 도태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많이 변해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저스 회장은 최근 일본 주식과 러시아 선박, 중국 와인 기업 등에 투자한 것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재정 정책 문제는 심각하지만, 일본중앙은행이 주요국 중앙은행으로서는 드물게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까지 지원하는 걸 보면 투자가치는 있다"면서 "코로나19로 교통·관광·선박·외식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 레스토랑에 가고 파티도 다시 할 것이며 와인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기존 투자에 손실은 봤지만, 또 다른 부문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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