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빚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코스피 상장사 623곳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386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0조원 늘었다.

지난해 분기당 5조원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4배 정도 급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상장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21.6%에서 22.5%로 올랐다.

1분기 기업들은 은행 등에서 14조9천억원을 차입했고, 회사채로 5조3천억원을 조달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4월 금융시장 경색과 회사채 시장의 냉각으로 은행을 통한 차입을 큰 폭으로 늘린 영향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본 항공과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등 5개 업종은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항공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63.8%로 작년 4분기보다 5.3%포인트(p)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조선과 관광·레저는 2.3%p와 1.4%p 오른 20%와 20.9%를 나타냈다. 대형유통은 32.5%로 1.1%p, 섬유·의복은 19.9%로 0.8%p 상승했다.

현금흐름표 상 영업현금흐름은 모든 업종이 나빠졌는데 항공과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4개 업종의 올 1분기 순현금흐름은 유입에서 유출로 악화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번 것보다 나간 게 더 많았다는 뜻이다.

영업현금이 올해 플러스인 업종은 섬유·의복 뿐으로 규모는 작년 동기대비 10분의 1에 그쳤다.

투자가 활발할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 투자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모든 업종에서 축소되거나 플러스로 전환됐다.

특히 투자 활동 중 '지분, 금융상품 및 기타자산 투자' 관련 현금흐름이 대형유통을 뺀 4개 업종에서 플러스였다.

이는 기업들이 영업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을 금융상품·지분 등 자산 매각으로 충당한 것이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투자지출을 줄이고 자금 조달을 늘렸다.

이에 올해 1분기 총자산 대비 현금비율은 영업현금흐름 축소에도 오히려 상승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저유가 등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으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차입금 의존도가 늘었다"며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유통, 관광·레저, 조선 등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자산 매각, 차입금 확대 등으로 위기를 어렵게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코로나 충격이 3월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에 2분기 지표는 더 나쁠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힘입어 자금시장의 경색은 최근 다소 진정되었지만, 어려운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애로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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