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택시장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완화 행보를 막아설지 주목된다.

과거 유동성 증가는 주택시장 과열 등 금융 불균형 확대로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기준금리가 실효 하한에 근접한 점도 추가 행동을 제약할 요인으로 꼽힌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유동성 자금은 지난 4월 말 기준 1천64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993조 원)보다 7.15% 증가한 수준으로, 같은 기간 금융권에 풀린 총 유동성(Lf,말잔 계절 조정) 증가 폭(약 3.6%)과 비교하면 단기 유동성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단기 유동성을 채권시장이 주시하는 것은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단기 유동자금을 'KB 선도아파트50 지수'와 비교해 살펴보면 상관관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0.78로 집계됐다. 요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두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확연하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선도 아파트 지수의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는 사실이다. 최근 실물 경기 급락에도 지수가 꺾이지 않은 것은 유동성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선도 아파트 가격지수는 매년 12월 기준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아파트를 선정해 변동률을 지수화한다. 시장 선호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서 지역별 가격지수보다 시장 심리를 더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기 유동성에 대한 경계심은 금통위 내에서도 관찰된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서 "시중 유동성이 단기자금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상황이 더욱 뚜렷해지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주식이나 원유 ETP(Exchange Traded Product)와 같은 고위험자산 투자를 늘리는 등 수익 추구 성향이 강화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상황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대와 달리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활동의 증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고위험 금융자산 투자나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금융·실물 간 괴리가 커지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통위가 추가 정책을 두고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인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를 마치고 공개한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하면서 이후 이어졌던 '완화 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증권사의 한 PF 관계자는 "이미 대출 없이도 부동산 판에 들어와 있는 돈이 많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한다고 해도 유동성 자체를 잡거나 돌리지 않는 한 주택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단기 유동자금(청색)과 KB선도가격지수(적색)의 추이, 출처:한국은행,KB부동산]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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