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토교통부가 한국감정원이 조사ㆍ공표하는 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2017년 5월~2020년 5월) 3년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14.2% 상승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원성이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부에서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한 채당 3억원, 52%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아파트 중윗값을 토대로 서울 아파트값이 이명박 정부에서 3% 하락한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29% 올랐고, 문재인 정부에서 3년간 52% 급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형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정작 결과는 불평등과 격차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부동산정책의 실정을 꼬집었다.

국토부는 서울 아파트값 52% 상승률이 시장 상황을 과잉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중윗값이 실세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저가 노후 아파트 멸실과 신축 고가 아파트 신규 공급에 따른 가격 상승분, 최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 확대에 따른 매매가격 상승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그냥 부르고 마는 소위 호가만으로 통계를 잡을 수는 없다. 새로운 아파트 공급에 따른 가격 상승분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감정원의 통계치인 14.2% 상승률을 인정하는 이는 없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이 14.2% 오르는 동안 중랑구는 7.1% 상승률에 그쳤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1천세대가 넘는 중랑구 소재 아파트인 면목한신의 전용면적 58.46㎡형의 동일층 실거래가도 50% 이상 올랐다.

일반인들이 전혀 체감하기 어려운 수치를 국가통계라는 이름으로 제시한 셈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 통계는 결국 아파트 공시지가나 이에 기초한 세금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교해야 하는 정책의 기초가 되는 통계가 이러할진대, 제대로 된 정책은 언감생심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왜곡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부터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집값 거품을 걷어내기도 어렵다. 단기적인 시장 급등락에 추종하는 미봉책으로는 막대한 투기자금을 거느린 소위 꾼들과 싸워봐야 백전백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부 지역은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 부동산만큼은 반드시 잡겠다. 이례적으로 가격이 오른 지역은 가격안정 정도로 만족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정작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4.2% 상승에 그쳤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는 21번의 대책이 아니라 수백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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