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간 자사주 875억어치 매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최근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선 코리안리의 주가 부양 실험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리안리 내부에서는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따라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험 관련주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이 요원한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코리안리는 기존 보험사들과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물론 실적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자사주 매입까지 고려하면 최근 7개월 동안에만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산 셈이다.

특히, 이 기간 코리안리가 자사주 매입에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금액은 총 875억원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그간 자사주 매입이 거의 없었던 코리안리의 최근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늘고 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순이익을 거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의 낙폭은 과도하다는 게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며 "이에 여력이 되는 한 주가 부양을 위한 시도들을 지속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기조 덕분에 코리안리가 보유한 자사주 비중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당초 전체 주식 수의 4.57% 수준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던 코리안리는 지난해 12월 2.08%(250만주)를 매입한 이후, 올해 2월 4.15%(500만주), 4월 1.66%(200만주), 6월 1.25%(150만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보유 지분율을 13.71%까지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코리안리의 최근 행보가 그간의 평가절하에 벗어나 '제값 받기'에 나서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역대 최대인 1천8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경쟁 심화를 겪고 있는 다른 보험사들과는 달리 해외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재보험 영역에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점은 코리안리가 보유한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조치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오너가(家) 구성원들을 달래기 위한 용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이 분산된 상황에서도 원종규 사장은 비교적 잡음 없이 경영 활동을 이어간다"면서도 "다만, 다른 구성원들의 지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초 1만1천원 수준이었던 코리안리 주가는 지난해 말 9천원 초반까지 낮아지더니, 최근 코로나19 여파가 극심했던 3월 중순에는 5천원 중반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일부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날 종가 기준 코리안리 주가는 여전히 7천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자사주 매입 효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자사주 매입 직전인 12월 중순의 코리안리 주가가 8천원대 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존 손보사들과 함께 묶여 평가를 받더라도 하반기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최근의 자사주 매입 시점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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