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리테일 자산 1.4조 인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카드가 1조원 넘는 신한캐피탈의 리테일 자산을 인수한다. 오렌지라이프 등 그동안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외형을 확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번엔 안으로 눈을 돌려 본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국내 금융지주가 자회사 간 조(兆) 단위 M&A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금중개와 투자역량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자본 활용을 고민하는 다른 금융회사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26일 이사회…카드·캐피탈 자산양수도 논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한카드의 신한캐피탈 리테일 자산 인수방안을 논의한다.

신한캐피탈이 보유한 리테일 자산규모는 할부금융과 리스, 중도금 대출 등을 포함해 1조4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 회사는 이달 들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 각 사가 이사회를 열고 자산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 늦어도 연말까지는 자산 이관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오래전부터 그룹 내 여신전문회사인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의 시너지 방안을 검토해왔다.

당초에는 양 사를 합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여전사로 육성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캐피탈의 일부 자산만 신한카드로 이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자회사 간 M&A가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음을 보여준다.

신한카드는 전통적으로 마케팅 역량이 강한 자회사로, 최근에는 그룹의 디지털 기반을 넓히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비대면 거래가 중요해진 만큼 그룹의 마케팅 자원을 신한카드로 모아 비은행 부문의 리테일 허브로 육성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신한캐피탈은 최근 기업 대상 대출을 늘리며 투·융자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리테일 자산을 이관할 경우 신한캐피탈은 그만큼 성장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연내 1조원 넘는 자본을 확충하게 되는 만큼 향후 기업 대상 여신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카드·'기업금융' 캐피탈…무엇이 달라지나

신한금융은 조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부문의 금융영토를 넓히는 데 주력해왔다. 국내에선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해외에선 아키펠라고자산운용을 비롯해 자회사를 통한 각종 지분인수에 참여하며 인오가닉(Inorganic) 성장에 힘을 쏟았다.

그 사이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기여도는 35%까지 커졌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규모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예대마진에 기반한 은행의 영업 기반이 약화한 현실을 고려하면 국내 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의 성장이 절실하다.

신한금융이 신한카드를 내세워 '리테일' 영업 기반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에도 5천억원 규모의 현대캐피탈 장기렌터카 자산을 인수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악화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할부금융과 리스 등의 영업을 늘릴 수 있는 자산 기반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이번 M&A는 내달부터 확대되는 레버리지 한도를 선제로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영업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레버리지 한도를 현행 6배에서 8배로 확대했다. 신한카드의 레버리지는 현재 5.4배 수준으로 자산 증가 여력은 15조원 정도다.

늘어난 자산 덕에 신한카드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한카드의 ROE는 8.33%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다. 경쟁사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내부에선 추세 전환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신한카드의 자산은 34조원에 육박한다. KB국민카드(22조8천805억원)나 삼성카드(21조9천716억원), 현대카드(17조4천83억원) 등 업계 상위권 카드사와의 격차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야말로 초격차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신한캐피탈은 그룹 내 '기업금융' 전담 자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와 달리 신한금융은 벤처캐피탈(VC) 자회사가 없다. 그룹에서 투·융자 업무와 VC 역할은 GIB, 그중에서도 신한캐피탈이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등에서는 신한캐피탈의 역할이 출자자(LP)에 한정돼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연간 1천억원대 순이익을 내는 자회사로 성장했지만, 신한캐피탈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다.

신한금융이 가동한 네오프로젝트(N.E.0 프로젝트)를 고려하면 신한캐피탈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해 경제의 신성장 사업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면 신한캐피탈의 성장 여력이 필요하다.

신한금융그룹사 관계자는 "자회사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자는 취지"라며 "향후 3개월 정도 TF를 통해 관련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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