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물가설명회 발언에 서울 채권시장은 '불 플래트닝(강세 속 수익률곡선 평탄화)'으로 화답했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오후 3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강세 구간에 머물던 3년과 10년 국채선물은 일시적으로 약세 전환했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를 벗어나 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현재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와 금융안정 차원에서도 유동성 공급을 적기에 환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당초 한은의 전망과 다르지만, 경제 재개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한은의 기본 시나리오를 벗어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해서는 "IMF가 세계 경제 전망 숫자를 크게 낮추면서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봤다"며 "논거는 타당성이 있지만, 국가별로 조정하면서 한국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를 약간 과다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 발언은 매파 기조로 해석되면서 채권시장에 약세 압력을 가했다.

다만 약세 전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시장은 다시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은 10년 국채선물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총재의 발언이 나올 당시 900여 계약 수준이던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장 마감 2천계약 수준으로 증가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총재 발언에 대한 시장 응답은 불플래트닝(수익률 곡선의 강세 평탄화)"이라며 "단기는 총재의 의지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지만, 소극적인 통화정책에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을 그대로 장기 구간에 반영한 것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총재 발언을 시장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며 "실제 시장은 매파적 발언과 별개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실질 금리가 현재 0% 초반에서 마이너스 1% 초반이고,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총재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매크로 펀드 등에서 외국인 투자가 계속 유입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금리가 경기 대비 높다는 의미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일 오후 3시 이후 시장 움직임을 총재 발언 영향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7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앞두고 시장 활성화 조치 등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밀리면 사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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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외국인 10년 국채선물 거래 추이, 출처: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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