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올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충격으로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과 단기자금 부족을 겪었던 증권사들이 2분기에는 넘쳐나는 유동성에 웃음 짓고 있다.

주식투자 하려는 신규 고객이 늘면서 투자자 예탁금이 급증한 데다 기업공개(IPO)나 파생결합증권(ELS) 등으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도 폭증했다.

26일 연합인포맥스가 증권사 기업어음(CP) 당일물 발행 추이를 집계한 결과 3월에 급증했던 CP 발행액과 당일물 발행은 5월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었다.

2분기 증권사 자금 사정이 개선되면서 당일 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점점 누그러진 셈이다.









대신증권은 머니마켓펀드(MMF)와 CMA 잔고가 매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본원통화, M2, 금융기관 예탁자산까지 포함하는 실질 유동성지수인 Lf잔고는 4천200조원으로 지속해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단기자금 순상환은 3월에는 5조원에도 못 미쳤으나 5월에 10조원을 웃돌았다고 NH투자증권이 집계했다.

이는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화단기사채(ABSTB) 등을 모두 포함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잔고는 3월에 77조원대였다. 4월에는 83조, 5월에는 85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월 국내외 증시 급락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는 1분기 트레이딩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며 "반면, 4월 이후 국내외 증시 회복 및 금리 하락이 나타남에 따라 1분기 악화된 트레이딩 손익의 상당 부분이 2분기에 회복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시장가치 변화가 빠르게 반영되는 채권, 주식형 자산의 회복 속도가 뚜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던 파생결합증권(ELS) 자체 헤지의 손실도 증시가 반등하면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당시 자체 헤지로 운용하던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증거금 부족에 허덕였지만 이런 상황도 크게 완화됐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반등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1만선을 웃도는 등 큰 폭의 반등세를 보였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증권사들은 대규모 손실은 막은 상태다.

증시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3월에 증거금 부족으로 급하게 채워넣은 자금을 다시 회수할 수도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시 급등으로 증거금 비율이 다시 낮아지면서 남는 증거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당국이 ELS 헤지관련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물밀듯 들어오는 자금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양상이다.올해 2분기 투자자 예탁금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했다. 2017년말에 26조원, 2018년말 25조원, 2019년말 27조원 수준이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증가로 연결된다.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전체 잔고는 12조원을 웃돌았다. 이 역시 지난해까지 연간 9조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늘어났다.

증시가 반등하면서 굵직한 기업의 IPO에도 자금이 몰렸다. SK바이오팜이 지난 23~24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는 31조원이 몰렸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금이 IPO로 유입됐지만 이같은 유동성은 주관사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자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로 30조원이 넘는 자금이 청약기간 동안 주관사 계좌에 묶이는 셈"이라며 "투자자 예탁금도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실제 거래량도 급증해 증권사들 사정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금융(IB) 수익이 주춤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이면서 브로커리지 수익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예측불가능한 거래대금에 의존하는 증권사 이익구조를 지칭하는 천수답(빗물에 의존하는 논)에 물이 고인다"며 "개인투자자 시장 참여 확대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는 수탁 수수료 증가뿐 아니라 고객 예탁금 증가, 신용공여 확대, 기타 상품판매 촉진 등 전체적인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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