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물가채 강세를 두고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앞둔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상당 기간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만큼 이번 주 물가채 강세가 이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일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에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사라지는 가운데 경기가 점차 개선되면서 금년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물가상승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물가에 상당한 하방압력으로 작용했지만 향후 전염병 확산이 진정된 후에도 물가 흐름에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물가 전망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이 그간 물가를 두고 내년도 반등 기대감 등에 무게를 둬 온 모습과는 달라 시장 예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설명회를 앞두고, 서울채권시장에는 물가채 강세가 두드러졌다.

물가채는 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질 때 수익률이 낮아지며 강한 모습을 보인다.

연합인포맥스 장내 국채 현재가에 따르면 물가채 지표물 20-5호는 주초 1.037%로 시작해서 전일 0.936%까지 10.1bp 급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한은의 물가점검회의 전날에는 물가채가 제일 강했다"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40불대 가까이 안착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물가채가 조성 때와 달리 종가에 강하게 끝났다"며 "BEI(손익분기인플레이션)가 30bp대에서 40bp대로 올라왔지만, 많이 낮은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유가와 주가 모두 오르고 있는 기대감으로 물가안정목표 설명회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주 금요일(19일)에 기획재정부가 물가채 1천억 원 규모의 교환을 진행해 물가채의 유동성을 보완한 점도 물가채 반등 요인으로 꼽혔다.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워낙 물가채는 거래가 많이 없어 소외됐고 적은 수요에도 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며 "물가채 비지표물을 지표물로 바꿔주면서 아무래도 거래가 용이해지니 갈아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물가채를 저가 매수하려는 수요가 추가로 유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물가채 유동성이 빈약한 만큼 정부가 대책을 세워줄 필요성과 함께 강세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채는 안정성과 유동성이 빈약해 시장이 조금만 불안해져도 투매가 나오기 쉽다는 지적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채 회복은 새 지표물에 대한 기대감과 유가 등이 바닥을 쳤을 것이란 저가 매력 기대를 반영했다"며 "기본적으로 내후년 물가상승률은 1%라고 보면, 물가채 수익률 1%를 더하면 2% 이상이다. 국고 명목금리가 1% 초중반인 점보다 나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물가설명회 내용은) 특별한 내용이 아닌 원론적 수준의 내용이었다"며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 거래 등 저물가는 불가피하고, 한은이 언급한 슈퍼 세이버는 결국 경기가 소비 심리에 힘입어 돌지 않는다는 뜻으로 장기적으로 저물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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