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외부 전문가들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 측이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불기소 권고까지 더해지며 검찰은 동력을 잃게 됐다.

설사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더라도 이 부회장은 향후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26일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으며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서 현안위원 14명 중 대다수가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 권고에 법적인 효력은 없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는데 따라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에도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수사 중단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는 데는 큰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자체적으로 도입한 제도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은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다음 날인 3일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심의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금까지 8차례 개최된 수사심의위에서 나온 권고를 검찰이 따르지 않은 적도 없다.

이 부회장 측은 이번 불기소·수사 중단 권고에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해하는 모습이다.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불기소·수사 중단 권고까지 나오면서 이 부회장은 여론 지형은 물론 향후 재판에서도 유리한 입지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수사심의위 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이 진행될 경우 수사심의위에서 펼친 논리대로 이번 검찰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는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고,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 삼성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논리를 펼칠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이 1년 8개월 동안 110여명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조사를 벌이고 50여건의 달하는 압수수색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또 2018년 2월 석방된 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해 온 경영활동의 보폭을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초 대국민 사과를 기점으로 보여 온 공격적인 행보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천명해 온 '경제 위기 속 삼성의 역할론' 부각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3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논의했고, 같은 달 17∼19일에는 중국 시안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10조원 안팎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고, 평택캠퍼스에 약 8조원을 들여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구속 위기를 넘긴 뒤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최고 경영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 15일 반도체 부문과 무선사업부 사장단을 소집했고,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와 수원 생활가전사업부도 잇따라 방문해 사장단과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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