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품은 부코핀 '뱅크런' 우려…실사 참고변수 되나
국민銀 품은 부코핀 '뱅크런' 우려…실사 참고변수 되나
  • 정지서 기자
  • 승인 2020.06.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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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연내 KB국민은행 품에 안길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두고 현지에서 뱅크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의 부실을 인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국민은행에 러브콜을 보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고객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이 부코핀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면서도 과거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투자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신중한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 사이에서 부코핀은행의 예금인출과 송금이 중단된 사례가 나오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달 초순 이후 부코핀 계좌를 이용한 한인 법인들이 거래 상대방으로 돈이 송금되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며 "현지 언론에서도 특정 지점의 예금인출, 펀드런을 의심하는 상황을 문제삼고 있지만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아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확산하며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한 한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에 OJK는 지난 11일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보유한 국민은행이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최소 51%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성명서를 공개하며 국민은행의 유동성 지원을 이례적으로 공식화했다.

같은 날 부코핀은행도 국민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을 투입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한국의 최대 은행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여전히 소매 대출 은행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 6일 현지 에스크로 계좌에 2억달러(약 2천400억원)를 입금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최종 인수조건을 확정하기 전 결제대금을 예치하는 계좌다.

양사는 향후 발행할 신주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첫 지분을 인수했던 지난 2018년 6월 당시 380루피아였던 주가는 현재 181루피아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지난 3월에는 80루피아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최근 1년새 주가 낙폭은 42%에 달한다.

추가 지분매입을 추진하는 국민은행에 주가 하락은 호재다. 최근 3개월 평균 주가만 고려해도 신주 발행가격은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은 이를통해 최대 70% 가까이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실사다. 인도네시아는 회계 투명성이 약해 충실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미 적잖은 부실채권의 존재를 알고 있는 국민은행이 이를 신주 발행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이미 신흥국가의 부정확한 실사를 기반으로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국민은행에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매입했지만, 8년 만에 사실상 모든 투자금을 손실 처리했다.

이에 이사회와 경영진의 부담은 더 크다. 최근 열린 국민은행 이사회에서도 이런 이유로 부코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사회 관계자는 "수시로 이사진과 (부코핀) 진행 상황을 공유하며 논의를 이어왔다"며 "추가지분 확보는 첫 지분 취득 당시부터 논의했던 방향성으로 시기와 방법의 문제였다. 부실자산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어 추후 어떤 방식으로 이를 반영할지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는 곳은 없었다. 대다수 국내 은행과 카드사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금융위기와 버금가는 환경에서 인도네시아의 은행은 시스템적으로 취약한 데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향후 부실 자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핀테크를 앞세운 P2P 업체도 은행의 수를 넘어서는 등 극한의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일부 금융회사는 내부적으로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축소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반면 자국의 은행을 살려야 하는 OJK는 적극적이다.

그간 40%로 제한했던 외국계 금융회사의 지분 취득 규정은 이번만큼은 면제했다. 은행 수를 줄이고자 부실한 금융회사를 추가로 인수하게 하는 '1+1' 조건도 적용하지 않는다. 국민은행 입장에선 제2의 은행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고도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원하는 만큼 취득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OJK의 입장 변화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은 "OJK가 현지 지방정부에도 은행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그만큼 존폐 기로에 있는 은행이 많다는 뜻"이라며 "현지에서도 은행의 실패를 막아달라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외국계 자본이 들어간다면 기회만큼 큰 리스크를 담보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민은행의 수혈을 받은 부코핀은행은 지난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자본강화에 쓰기로 했다. 이사들에게 매년 지급한 보너스도 없앴다.

부코핀은행의 지난해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13%, 자기자본이익률(ROE)는 3.17%다.

jsje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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