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0.01초에도 이익이 갈리는 금융시장의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개인들까지 AI 트레이딩 시장을 선점하려 혈안이다. 개발자와 이용자들은 수익률을 보고 AI 트레이딩에 접근하지만, 국가의 시스템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걱정거리가 우후죽순으로 생긴다. '선을 넘지 말라'는 영화 속 대사가 AI에게도 통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30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핵심 기술 특허 출원은 총 2천506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천367건) 대비 두 배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5년 이후 우리나라의 AI 핵심기술 특허는 두 배 이상으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도 마찬가지다. 약 15년 전, 전 세계적으로 6만여건에 달하던 AI 관련 특허는 2010년대 들어 급증하는 것으로 학계에서 파악된다.

AI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은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지난해 5만625건의 지식재산 특허를 출원했다. 대기업(3만9천97건) 대비 29.5% 많다. 2015년 이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많은 특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체에서 중소기업의 특허가 23.1%를 차지한다. 이들은 전자상거래 관련 부문의 특허를 가장 많이 내고 있고, 컴퓨터 관련도 높은 순위다. 모두 AI 트레이딩이 완성되는 과정들이다.

여기에 개인들까지 나서고 있다. 일부 유가증권 종목의 가격 동향을 알려주는 초기 방식부터 특정 조건이 발동되면 자동으로 거래하는 시스템까지, 직접 만들었거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무형의 정보들이 넘쳐난다.

김시홍 금융결제원 금융 데이터 융합센터장은 "금융결제망이나 오픈뱅킹 플랫폼, 공동망 인프라나 간편결제 등의 결제 서비스에는 아직 AI 기술이 접목되고 있지 않다"며 "금융 데이터의 결합·공유·유통이 활발해지고 금융권 공동의 AI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금융 AI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상용화에 성공하면 고객과 자금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좁게 보면 상품 거래지만, 넓게 보면 거래에 동반된 결제·빅데이터·자산관리까지 결합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수익률을 좇는 AI 트레이딩 니즈(수요)만큼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하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이는 AI는 현재보다 시장의 거래량을 얼마나 늘릴지 상상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위기 때는 연쇄적인 투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순간에 기업의 자금줄이 마르거나, 금융사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거래부터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체계가 구축되면 그야말로 손쓸 새가 없게 된다.

지난 2016년 10월 7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는 2분여만에 6%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파운드에 1.19달러로 31년 만에 최저치를 만들었다. 당시 원인으로 거래가 가장 한가한 시간대에 AI가 자동으로 거래해 변동성을 키웠다고 분석됐다.

AI는 사고와 거래에 윤리성을 투여하기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는 '문명을 위협하는 12가지 위험'을 발표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AI와 로봇'을 핵전쟁, 전염병 등과 함께 나열했다.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는 인터넷을 통한 즉시 자금 이체와 예금 해지 등으로 지금도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가능하다고 경고한다. 거래 규모가 커진다면 대형 금융사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이상엽 한국은행 국고증권실장은 "AI가 상투적·전형적인 분석들에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코로나 등 특이사항은 판단이 안 될 수 있다"며 "투매 등으로 한쪽에서 결제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비전형적인 이벤트는 자주,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AI가 위험을 증폭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인간이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문제로 귀결된다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판단한다. 시장의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 적발하는 시스템도 AI로 맞불을 놓을 수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섭테크(Suptech, 금융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레그테크(Regtech,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3대 우선 과제로 섭테크를 통한 감독업무 혁신, 레그테크 가속화, 핀테크 혁신 지속으로 선정하고 중장기 전략을 준비 중이다.

jh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