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20년특집-코로나와 시장①]넘쳐나는 유동성…'게임의 룰' 바뀌다
[창사20년특집-코로나와 시장①]넘쳐나는 유동성…'게임의 룰' 바뀌다
  • 진정호 기자
  • 승인 2020.06.3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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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가 이전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 중 하나는 유동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자산을 매입하면서 초저금리와 중앙은행발 유동성 공급은 이미 10년 전부터 '뉴노멀'이 됐다.

그럼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기존과 다른 '대유동성의 시대'인 이유는 ▲초저금리가 전 세계 동시다발적 현상이고 ▲유동성 공급 규모가 극도로 커진 데다 ▲시장의 심판인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하며 사실상 선수로 뛴다는 점에서 구분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동성이 소비 대신 금융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 가격이 초토화된 실물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버블 조짐'도 뚜렷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시중 유동성은 쉽사리 회수되지 못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자산 버블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심판이 선수로…'게임의 룰' 바뀌었다

그간 중앙은행이 시중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다. 은행들의 은행인 중앙은행은 시중 기관을 통해 유동성을 조절할 뿐 직접 자산을 매입하는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

이런 불문율은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폐기됐다.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는데 중앙은행이 뒷짐 지고 체면 차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게임의 룰'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기로 하면서 확실히 바뀌었다. 연준은 지난 15일 '유통시장 기업신용기구(SMCCF)'를 통해 적격 회사채를 최대 2천500억달러어치 개별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준은 '브로드 마켓 인덱스(BMI)'라는 지수를 만들고 이에 포함된 개별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PGIM 픽스드인컴의 데이비드 델 베키오 매니저는 "(발행시장 매입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업이 어떤 종류의 자격 요건을 인증받지 않아도 연준은 회사채를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인덱스 기반의 매입 방식은 모든 것을 바꾸게 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3월 폭락장이 시작되면서 연준은 회사채와 ETF를 직접 사들이겠다고 발표했고 4월에는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추락 천사' 회사채와 ETF까지 매입 대상을 넓힌 바 있다. 투자적격부터 추락 천사, 발행시장에서 유통시장까지 연준은 회사채 시장 전반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연준보다 앞서 시장에서 개별 회사채를 매입해왔다. 총 75조엔 규모의 코로나19 총괄 대응책 중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에 20조엔을 할당했다. 매입 회사채 만기도 5년까지 연장했다.

지난 5월에는 닛산의 회사채를 비롯해 추락 천사 우려가 있던 회사채를 매입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미국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다른 중앙은행으로서도 제약이 하나 사라진 셈이다. 사실상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점인 연준이 회사채 직매입이라는 빗장을 푼 만큼 다른 중앙은행도 위기 때 회사채를 직접 사들일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0조원 규모의 회사채·CP 매입기구(SPV)를 설치한 것도 이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 흥건한 유동성…버블의 일상화?

문제는 막대하게 풀린 중앙은행발 유동성과 회사채 직매입 조치로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제로금리 상황에서 연준이 회사채까지 직매입한다는 소식에 시장이 너무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연준은 지금까진 잘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끊임없이 공급한다면 사상 최대의 금융 거품을 생성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에 거래됐다. 이는 최소 지난 18년래 최고 수준이며 '닷컴 버블'이 터지기 직전이던 2000년 3월의 사상 최고치 24.4에 육박한 수치다.

닷컴버블이 기술업종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으로 형성됐다면 현재 주가 버블은 과도한 유동성이 일으켰다는 게 중론이다. 연준이 초저금리 환경에서 회사채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까지 되자 조달 자금을 위험 자산에 투입하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리처드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번스타인 설립자는 "연준은 채권시장을 사실상 3학년짜리 축구 시합으로 바꿔놨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잘못된 자산 배분으로 거품이 어디서 형성될지 의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은 결국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고 시장에는 더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막대한 채권을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통화를 공급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주가 거품론은 미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16.8배, 영국은 15.6배다. 각각 이번 폭락장 직전 수치는 14배, 13배 수준이었다.

MSCI 월드지수의 선행 PER 또한 같은 기간 16.8배에서 19.3배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가격대를 한참 뛰어넘은 상황이다.
 

 

 

 


※ MSCI 주요 주가지수 선행 PER

이처럼 실물경제와 자산 가격의 괴리가 커진 버블 상태는 앞으로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종종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지난 3월 2조3천억달러 규모의 유동성 투입 계획을 발표했고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2022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3월 초 4조2천420억달러였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이달 말 7조950억달러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통화공급 지수와 전 세계 주가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준이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전까진 주가 조정 때 진입할 대기 자금이 그만큼 많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통화공급지수와 전세계 주가지수 추이 비교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7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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