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어 금융위도 "美 배당제한 참고하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중간배당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자 금융회사의 배당 자제를 권고해서다.

30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리스크점검반회의를 주재하고 금융회사에 손실 흡수능력 확충에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손 부위원장은 "IMF와 미 연방준비제도에서도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자사주 매입금지, 배당금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은행권은 이를 참고해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유지해달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올해 들어 이런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 은행의 배당제한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윤석헌 금감원장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사례를 들어 배당 자제를 요청해왔지만, 시장에선 하나금융이 올해도 중간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특히 하나금융이 이달 30일로 주주명부 폐쇄일를 결정하면서 중간배당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커졌다. 국내 은행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해온 하나금융에 '7월의 보너스'는 주가를 떠받치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중간배당 150원을 결정한 이래 매년마다 50~100원가량 배당액을 늘려온 하나금융은 지난해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시장에선 올해 중간배당도 주당 5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견실한 자본비율과 순이익 증가세를 고려하면 배당액이 늘어야겠지만, 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있는 만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배당을 결정하리라는 전망에서다.

내년 3월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금융에 올해 중간배당은 주주관리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역대 최고 주가인 5만6천원 대비 51%(2018년 1월 22일), 연중 최고치인 3만6천650원(2020년 1월 2일) 대비 26% 하락한 주가를 대신해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최선의 자본정책 중 하나가 중간배당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다른 금융지주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하나금융 주가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도 중간배당 영향이었다.

중간배당을 하지 않을만한 논리도 미약하다.

하나금융 보통주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1.9%로 업권내 최상위인 데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현재로선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까지 배당 자제를 권고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무리하게 중간배당을 추진하기란 녹록지 않다. 지난해부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을 둘러싼 제재로 금감원과 각을 세운 하나금융이 주주환원이란 명분만으로 중간배당을 강행하기엔 시기가 다소 민감해서다.

민간금융회사의 자본정책까지 금융당국이 쥐락펴락한다는 관치 논란이 제기될 법도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다. 코로나19로 달라진 분위기 탓이다.

미국은 지난 25일(현지시각) 33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의 대출손실이 84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을 이유로 연준은 배당 규제에 나섰다. 강제적인 규제는 아니지만 총 배당액에 상한선을 두는 일종의 자제령이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의 손실흡수력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중은행 중 가장 충당금을 적게 쌓는 은행을 이야기할 때, 당국은 하나은행을 주목하곤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간배당은 시기의 문제일 뿐 연간 기준 배당성향은 유지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어디까지나 손실흡수 여력을 위한 자본 건전성을 상시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해달라는 뜻이다. 최종 결정은 민간 금융회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은 내달 중순 이사회에서 중간배당 여부를 최종확정할 계획이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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